"어떤 부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올해의 선수상을 목표로 후반기를 시작할 겁니다."(박인비)
"자신감을 많이 찾아온 만큼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요. (박)인비한테 자극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최나연)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돌아온 한국여자골프의 '원투펀치'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와 최나연(26ㆍSK텔레콤)은 한 뼘쯤 더 커져 있었다. 박인비와 최나연은 5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각각 공동 42위와 공동 2위로 마친 뒤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차례로 귀국했다. 둘은 지난 6월 최나연의 미국 올랜도 집에서 1주일간 함께 지낼 정도로 절친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22일 캐나다여자오픈 개막까지 2주 이상 휴식에 들어갔다.
프로골프 사상 첫 한 시즌 메이저 4연속 제패는 아쉽게 좌절됐지만 박인비의 표정에서는취감이 읽혔다. 대선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한 듯했다. "이렇게 큰 부담감 속에서 경기를 해보고 나니 앞으로 어떤 부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박인비는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는 것을 크게 느낀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박인비는 7월1일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3연승을 달성했을 때부터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박인비는 "동료들도 속으로 응원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부응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면서도 "앞으로 기회가 많다.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했다.
한 시즌 메이저 4연승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박인비에겐 '캘린더 그랜드 슬램(한 해에 메이저 4개 대회 우승)' 기회가 남아 있다. 9월12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박인비는 그러나 마음을 비운 듯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올 초 목표였던 올해의 선수를 노려야죠. 물론 에비앙에서 우승하면 더 좋고요."
우승 문턱까지 갔다 2타 차로 준우승한 최나연도 아쉬움보다 희망을 강조했다. 지난 시즌 2승을 거둔 최나연은 올 시즌에는 아직 우승이 없다. "1ㆍ2ㆍ4라운드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벙커에 3라운드에서는 몇 번이나 빠졌다"고 대회를 돌아본 그는 "올 시즌에는 우승이라는 결과물이 아직 안 나왔을 뿐이다. 8~9개 대회가 더 남았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친구이자 경쟁자인 박인비 얘기가 나오자 최나연은 "나뿐 아니라 한국 선수 전체가 자극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인비가 잘할수록 친구로서 당연히 응원하게 되죠. 하지만 저한테도 자극이 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박인비와 최나연이 우승을 다투는 그림을 기대해도 될까. 최나연은 "(박)인비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다른 선수와의 싸움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에 우승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피해갔다. "이번에는 대회 중반에 멘털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에비앙은 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