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생산 세계 최고… 글로벌 신약기업 인수 추진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 땐 영장류 실험 못해 성장 발목
선진국처럼 실험동물은 제외를
민간·공공 중복투자도 자제해야

장재진

"실험동물 생산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해놨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글로벌 신약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에서는 밀어주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29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장재진(52ㆍ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났다. 지난 1991년 실험동물 생산업체인 바이오제노믹스를 창업한 그는 국제 표준의 고품질 실험동물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 국내 신약 개발에 기여해왔다.

신약ㆍ신물질 개발에는 실험동물이 필수다. 실험동물은 유전적ㆍ환경적ㆍ미생물학적으로 표준화돼야 데이터를 낼 수 있고, 실험 결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실험동물 생산 '글로벌 톱10' 안에 든다. 세계 최초로 설치류에서 영장류까지 다룬다. 시장점유율은 전체 실험동물로 보면 72% 정도이고, 고품질 실험동물에서는 100%다.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기업인 찰스리버, 코반스와도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장기이식연구센터를 완공한다. 장 대표는 "내년에 국제적 신뢰성이 인정되는 고품질 SPF(특별히 지정된 병원성 미생물이 없는 동물) 비글견의 첫 수출로 본격적인 실적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장 회장의 구상은 SPF부터 CRO(임상시험수탁기관)까지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키는 것. 글로벌 CRO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뿐만 아니라 신약 인허가까지 대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다국적 메이저 CRO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장 회장은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에 여건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서 실험하면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통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신약기술이 있는 외국계 기업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장 회장은 최근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장류 실험이 아예 금지되고 주무부처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실험이 가능해진다. 그는 "이미 국제실험동물관리인증협회(AAALAC)로부터 완전인증을 획득했고, 국제 수준의 인도적, 윤리적 기준에 맞춰 실험동물을 관리하고 있다"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동물복지를 중요시하지만 실험동물은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실험동물은 인간의 복지와 인류의 존속이라는 생존 측면에서 일반 동물과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얘기다. AAALAC는 실험동물의 인도적 관리에 가장 권위있는 국제 공인인증기관으로 국내에서는 오리엔트바이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비롯해 15곳만이 인증을 받았다.

장 회장은 또 "인간의 유전적인 백그라운드는 워낙 다양해 안전성 차원에서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품과 약품에 대해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실험동물이 없다면 한국에서 신약개발도 난관에 봉착할 것이고 결국 다른 국가가 개발한 신약을 많은 비용을 들여 수입하는 처지에 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회장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중복투자. 정부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 실험동물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는 "민간 CRO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데 정부가 뒤늦은 중복투자로 정부기관과 민간을 경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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