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의 역풍이 거세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회복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아지면서 시장 역시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경기약화, 미 소비지표 부진 등의 여파로 연준 위원들이 미 경제전망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주 해외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미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은 총재 역시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경제가 세계 경제부진의 영향권에 들면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수출액은 강달러의 역풍을 만나면서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또 저유가에 힘입어 미국인들의 소비여력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지난해 12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9% 줄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이선 해리스 글로벌경제 리서치 공동수석은 "유럽·중국·일본 등 글로벌 경제약화가 미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며 "에너지 가격 하락과 달러화 강세 때문에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도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토머스 코스터그 이코노미스트도 "저유가가 미 경제에 긍정적이고 글로벌 경제약화에도 미국만은 성장할 수 있다는 대세론에 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연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컨설팅 회사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는 최근 금리 인상 예상시기를 기존의 6월에서 9월로 늦췄다. 최근 BoA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 2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 3·4분기를 예상하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연방금리선물시장은 올 6월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15%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