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창투증권사 '될성부른 기업'만 눈길

창투사와 증권사들의 벤처투자와 코스닥등록 업무가 극단적 보수성향을 보이고 있다.벤처 게이트가 잇따라 터지고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벤처투자와 코스닥등록을 주선하는 창투사와 증권사들이 심사와 공모가격 산정을 매우 엄격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창투사들은 심사역들이 벤처 비리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단계를 이원화하는가 하면 투자기업이 정도경영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제표 하나하나도 꼼꼼이 살피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이 침체국면을 나타내고 벤처경기가 죽으면서 극도로 자금을 아낀 창투사들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평균 70% 이상 벤처투자 규모를 늘려잡고 있지만 '될성부른 떡입'에만 제한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올해 벤처투자규모를 지난해 35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590억원으로 잡고 공경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투자심사와 절차는 더욱 엄격히 하고 심사역들의 모럴해저드(도적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전에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규모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투자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벤처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투자심의 단계를 이원화했다. 투자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이전처럼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소사장이 결정하지만 5억원 이상이면 투자심의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모두 거치도록 하고 있다. 투자위원회는 등기이사이고 집행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조만간 심사역들의 윤리강령을 채택할 방침이며 심사역들의 벤처비리 연루를 막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되어 투자금이 회수될 경우 투자수익의 일정비율을 심사역들에게 돌려주어 벤처비리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KTB네트워크는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 벤처비리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벤처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220억원 가량 늘어난 1,070억원으로 책정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투자도 지난해보다 80% 이상 증가한 1,75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투자심사는 간소화하는 반면 벤처기업의 경영상태와 자금흐름을 수시로 체크하고 2차펀딩, 경영컨설팅 등 사후관리에 치중하며 밸류업(Value Up) 투자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미 2개 투자기업의 비리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KTB네트워크는 담당심사역이 투자제안서를 올리면 벤처본부내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투자심사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일원화했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50억원을 넘어가는 대형 투자일 경우 투자심사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모두 거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른 창투사들도 벤처비리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사장제를 도입하거나 사후관리방안을 강화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이다. 벤처비리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권사들도 공모가 산정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벤처투자업무를 포기하는 사태마저 나타나고 있다. H증권 IPO팀 관계자는 "증권업협회의 등록심사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올 상반기 등록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모가격을 둘러싸고 값을 올리려는 벤처기업과 이를 내리려는 증권사간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권사들이 공모가 산정을 극히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약업체인 S사의 경우 증권업협회의 등록승인을 받고도 주간사와 공모가격 산정을 둘러싼 의견대립을 좁히지 못하고 이달초 등록을 포기하기도 했다. 회사관계자는 "벤처 게이트사건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는데다 증권사와 투신사들이 벤처기업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벤처기업들의 내재가치가 증권시장에서는 하향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와 관련해서는 R증권사의 경우에는 벤처투자를 아예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대형 증권사들도 투자의 위험성을 고려해 개별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은행, 창투사등과 함께 공동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전에는 업체당 5억~10억원 가량 투자했지만 지금은 2억~3억원으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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