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시장에 이반(러시아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무비자협정 발효와 상호방문의 해 등 우호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왕서방(중국인)ㆍ나카무라상(일본)에 편중된 외래관광객시장의 균형이 맞춰질지 주목된다.
2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인은 5만7,6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4%가 늘었다. 증가율로는 같은 기간 중국(49.3%)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중요한 것은 추세다.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12년 7.7%, 2013년 5.2%에 그쳤던 증가율이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월별로는 1월 4.5%, 2월 16.0%, 3월 25.9%, 4월 26.7%로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1~4월 일본 관광객이 13.8% 줄어든 것과도 대조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호 무비자 제도의 영향이 크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올해부터 상호 방문자에 대해 비자를 면제하고 또 2014~2015년을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ㆍ일본ㆍ미국ㆍ동남아시아로 편중된 한국 외래관광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커졌다. 경제성장과 함께 러시아는 이미 해외여행자 수에서 세계 5위, 해외소비액에서도 5위에 랭크돼 있다. 한국시장에서도 러시아인은 큰손인데 1인당 평균소비액은 2012년 기준 1,987달러로 중국(2,154달러), 싱가포르(2,002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평균 체류기간은 12.2일로 방한 외래관광객 평균(6.7일)의 두 배다.
업계가 들이는 노력도 상당하다. 극동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기존에 인천ㆍ김해 2개였는데 이달 초 양양에 하나를 추가했다. 하바로프스크와 제주 사이의 전세기 추가 취항을 협의 중이다.
특히 러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낙후된 의료 서비스를 꺼리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가까운 '의료 선진국' 한국으로 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을 찾은 러시아 의료관광객은 1만6,438명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00%씩 성장하고 있다. 2017년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러시아관광청과 함께 관광교류 확대를 위한 민간 대화협의체인 '제1회 한국ㆍ러시아 관광포럼'을 30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갖는다. 이날 행사는 한국 측에서 조현재 문체부 제1차관을 비롯해 러시아 상품취급 여행사, 의료관광 기관에서 참석하고 러시아 측에서는 올레크 사포노프 러시아 관광청장 대행,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 관광업계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관광포럼은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되는데 제2차 포럼은 오는 6월13일 모스크바에서 예정돼 있다.
김기홍 문체부 관광국장은 "의료관광과 마이스(전시·컨벤션)관광 활성화를 통해 2017년까지 러시아 관광객 25만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