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부동산시장 결산] 신규 분양시장

`주택 분양시장, 대박에 웃고 쪽박에 울고` 올 주택분양시장은 공급물량 부족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투기적 가수요가 뒤엉키며 `온탕과 냉탕` 사이를 오갔다. 수백 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아파트가 나오는가 하면 3순위 청약에서조차 미달되는 단지도 속출했다. 한마디로 주택공급업체와 수요자 모두 냉정한 시장분석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렸던 `무드 장세`였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 ◇서울 1순위 청약 미달 아파트, 공급량의 37%까지 육박 = 주택업체들의 최대 격전 현장인 서울 동시분양의 청약경쟁률은 드라마틱했던 올 분양시장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서울 동시분양 1순위 청약경쟁률이 1차 분양 당시 평균 50대 1로 시작해 4차 동시분양에선 177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으로 하반기 들어 청약경쟁률도 한자릿수로 떨어져 11차에서는 2대 1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실시된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권 전매전면금지조치는 청약거품을 꺼트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1순위 청약 미달 아파트도 급증했다. 지난 1차 서울 동시분양에선 전무했던 1순위 청약미달 가구수가 하반기부터 늘기 시작, 11차 동시분양에선 1순위 공급가구수(1,301가구)의 37.8%(493가구)에 이를 정도로 시장상황이 악화됐다. ◇수도권,지방 분양시장도 침체 속으로 =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시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용인 동백지구 아파트만 해도 인허가 문제로 1년여 가까운 진통을 거듭하다가 지난 7월 본격적이 분양을 시작했지만 지역 및 수도권 1순위 청약결과 4,302가구 중 1,294가구가 미달되는 결과를 맞았다. 12월 중순께부터 아파트 분양이 본격화한 파주 교하 및 금촌지구에서는 대거 청약미달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대전, 대구, 부산 등에서도 지난 9.5대책 발표 이후부터는 3순위 청약 미달 단지도 대거 나왔다. ◇분양가 과다책정 논쟁 여전 =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주택업체들의 분양가 과다책정 논란은 그치질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공기업인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마저 상암지구 아파트 분양가격을 평당 수백만원씩 과다책정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분양가 원가공개 여론이 거세가 일고 있는 상황. 또 서울지역 동시분양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격도 지난해엔 800만원 선이던 것이 올 들어선 1,000만원 선에 육박했다. 수도권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끊이질 않아 파주 교하지구 아파트 분양가격은 지난해말 600만원 선이었던 것이 올 들어선 700만원 대까지 치솟았다. 결국 올 하반기 이후의 분양시장 급랭현상은 경기침체와 정부 투기규제대책과 같은 외생적인 요인보다는 투기적인 주택가수요에 의존해가며 분양가를 부풀려온 주택업계가 자초한 결과라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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