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최근 대형주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수출주 등 경기 민감주에 투자하는 성장주펀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반복하면서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가 인기를 끌었지만 앞으로는 성장주펀드로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따르면 순자산 10억원 이상 성장주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12%로 중소형주 펀드(0.34%)와 배당주펀드(0.92%)를 웃돌고 있다. 가치주펀드가 2.25%로 여전히 수익률을 앞서고 있지만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 부근까지 오르면서 성장주 펀드가 다른 유형의 펀드 수익을 따돌리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성장주펀드의 수익률이 살아나는 것은 최근 외국인들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7,299억원), 기아차(2,486억원), LG전자(2,311억원), 신한지주(1,907억원), 한국전력(1,742억원), 현대차(1,181억원) 순이었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최근 한 달새 주가가 뛰었다. 이에 따라 이들 종목을 펀드에 대거 편입하고 있는 성장주펀드들이 수익률에서 선전하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경기 회복 시그널이 확실해진 지난해 4ㆍ4분기부터 대형주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 대형주들이 여전히 저평가 돼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대형주 펀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모습"이라며 "수출주나 경기민감주, 대표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성장주펀드는 중소형주나 가치주 펀드와 달리 규모가 커져도 운용상 크게 어려움이 없다. 중소형주펀드나 가치주 펀드는 몸집이 커지면 종목 선정이나 종목 편입비중 조절 등에서 제약이 따르지만 대형주펀드는 편입한 종목을 매도한다 하더라도 외국인 등이 수급을 받쳐주기 때문에 언제든지 매수ㆍ매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가치주펀드로 급격하게 자금이 몰리면서 펀드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며"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가치주 펀드에 투자하는 게 맞지만 현 시점에서 성장주펀드로 어느정도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표 가치주 펀드 운용사인 한국밸류자산운용도 현대차나 POSCO같은 대형주를 편입하고 있다. 그만큼 대형주가 가격 측면에서 저평가 돼 매력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운용사들은 성장주펀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의 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삼성자산운용의 '코리아대표', KB자산운용의 'KB그로스포커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칭기스칸', 신한BNP파리바운용의 '좋은아침희망펀드'가 대표적인 성장주 펀드다.
'KB그로스포커스'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85%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0.98%를 크게 웃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도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71%로 역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 2008년 출시한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도 꾸준히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올리며 연초 이후 269억원이 몰렸다. 성장주 펀드 가운데는 가장 많은 자금 유입 규모다.
이비오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최근 중소형주나 가치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중소형주 펀드나 가치주 펀드에 대한 매력이 연초 보다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성장주펀드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