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 군비지출이 미국 국방비 삭감의 여파로 14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세계 군사비 총액이 1조7,530억달러(약 1,977조원)로 지난 2011년에 비해 0.5% 줄었다고 발표했다. 세계 군비지출 감소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SIPRI는 지난해 군비축소의 주요 원인은 최대 군비 지출국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시작하고 재정위기로 국방비를 줄인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 국방비는 6,820억달러로 2011년에 비해 6%(409억달러) 감소했다. 특히 올해 들어 3월에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가 발동돼 올해만도 427억달러가 더 삭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SIPRI는 이탈리아(-5.2%), 프랑스(-0.3%) 등 지출 상위 15개국에 속하는 서방 주요국가들도 경기침체에 시달리며 군비를 줄였다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유럽연합(EU)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가입한 31개 회원국 가운데 군비지출을 10% 이상 줄인 나라가 절반이 넘는다.
반면 군비지출 2ㆍ3위 국가인 중국(1,660억달러)과 러시아(907억달러)는 각각 7.8%, 16.0% 늘며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우리나라의 군비지출 규모도 2011년보다 1.9% 늘어난 317억달러로 이탈리아와 브라질에 이어 12위를 차지했다. 대륙별로는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사태가 장기화하고 인접한 북아프리카로 확산되면서 두 지역 군비지출액이 각각 8.3%와 7.8%씩 늘었다.
아시아의 전체 지출액은 3.3% 증가한 가운데 중국과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ㆍ베트남ㆍ필리핀 등에서 지속적인 군비증강이 두드러졌다. 샘 펄로 프리먼 SIPRI 연구원은 "글로벌 군비지출의 균형추가 서방에서 신흥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