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엔 왕도가 없습니다. 은행원 인생 4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장을 발로 뛰는 것이 철칙입니다."
민경원(58ㆍ사진) 농협은행 안양1번가지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만의 영업 노하우를 이같이 밝혔다. 민 지점장은 지난 7월 전국 1,168개 농협은행 영업점 중 최우수지점 한 곳만 선정해 수여하는 총화상을 받았다. 2007년에 이어 두번째 수상이며 농협은행 최초의 기록이다. 민 지점장은 농협은행 내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꼽힌다. 2005년 지점장으로 승진한 후부터 올해까지 8년 동안이나 실적 우수상을 받았다.
그 덕분에 그는 지난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충식 농협은행장과 지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사로 나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민 지점장은 "농협은행 내 다른 영업점들과 경쟁해 1등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항상 대형 시중은행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민 지점장은 2005년 농협은행 하이닉스지점장에 부임하면서 농협은행에서는 처음으로 하이닉스와 거래를 뚫었다. 당시만 해도 농협은행은 대기업 거래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민 지점장은 "시중은행 16곳이 당시 하이닉스와 거래하고 있었는데 농협은행만 빠져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며 "하이닉스 본사를 찾아가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실무자들을 설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당시 농협은행 하이닉스지점의 총자산은 2004년 말 990억원에서 2007년 말 4,711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06년에는 거래처 가운데 한 곳인 중견 디스플레이 업체 A사가 재무상 어려움에 처하자 자비를 들여 A사의 중국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돌아온 적도 있다. 또 민 지점장은 A사 본사 화장실에서 한여름 더위와 싸워가며 3시간을 '잠복(?)'하기도 했다. 화장실을 오고 가는 직원들의 대화를 귀동냥하며 내부정보를 파악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국 A사는 그해 8월 대주주 횡령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민 지점장은 사전에 관련 여신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민 지점장은 지금도 매일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에 나간다. 그는 "현장에 가면 재무제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며 "직원들의 표정과 최고경영자(CEO)의 거친 손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74년 농협은행에 입행해 올해로 40년차 은행원이 된 민 지점장은 후배들에게 항상 전문성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2007년 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가 1년 뒤 자진해서 영업점으로 돌아왔다"며 "조직 내에서는 누구나 끝없이 승진을 목표로 뛰지만 본인의 전문성이나 능력을 발휘하고 실현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