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취임 순이냐, 고시 순이냐.'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관료들은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는 24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리는 전직 경제수장들의 만찬간담회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원ㆍ기획예산처, 그리고 재정부 전직 부총리와 장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전직 경제수장들을 섭외할 때만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재정부 정조국 직원들은 박재완 장관의 첫 지시가 떨어진 지난 8월 초부터 섭외 작업에 들어갔다. 전직 장관 19명을 상대로 e메일ㆍ전화ㆍ편지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성을 기울였고 14명에게서 참석 답변을 얻어냈다. 73.6%의 높은 출석률이다.
기쁨도 잠시. 행사 일이 다가오자 고민에 빠졌다. 참석 인원이 많다 보니 행정고시 기수와 나이, 정치성향, 친분관계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의전과정에서 실수라도 하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IMF 위기 때 재정경제부 장관직 바통을 주고 받았던 강경식 4대 장관과 임창열 5대 장관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IMF 위기의 주범이 누구냐를 놓고 한때 신경전을 벌였던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을 수는 없는 법.
행시 기수는 아래지만 먼저 장관직을 달아 회사(?) 선배가 된 경우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마지막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던 권오규 현 KAIST 교수는 행시 15회다. 현 정부 출범 후 뒤늦게 1ㆍ2대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낸 강만수(8회) 산은 그룹회장, 윤증현(10회) 윤경제연구소장보다 후배다.
상황이 이렇자 재정부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자리 배치를 하기로 했다. 장관 취임시기도 중요하지만 공직 사회인 만큼 고시 기수와 나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현 기획재정부가 두 부처가 통합돼 생긴 만큼 출신 기관도 배려할 예정이다. 당초 대형 원탁 테이블을 준비하려 했지만 이 같은 이유로 포기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