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분석] 기업 체감경기 여전히 ‘영하권’ 저성장ㆍ고물가 비상

봄이 왔는데 기업들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영하`다. 대내외 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들은 판단을 유보하고 바깥 사정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구소들은 올 초 예상했던 경기판단을 모두 수정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전쟁이 시작되고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엔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하기 5년전 만큼 힘들다=BSI가 100이상이면 전월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 하지만 4월중 BSI는 90.2로 100선을 하향돌파, 한 달 사이 18.8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업들은 지난 달 전쟁이 터지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낙관했으나 4월들어서는 `경기가 없다`는 반응이다. 기업의 체감온도가 급속히 떨어진 것이다. 봄철 경기 상승요인을 제거한 기업들의 순수한 경기 체감지수는 81.0. 지난 98년 4월(53.2) 이후 5년 만의 최저치다. 기업들의 경기체감지수가 사실상 외환위기 수준까지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향후 투자계획을 보여주는 투자BSI도 93.2를 기록, 지난 1월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100 아래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대규모 신규투자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경영실적을 의미하는 3월 실적BSI는 89.3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100아래를 유지했다. 경영실적이 부진하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사정은 더 딱하다. 중소제조업 설비 가동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평균가동률은 전월보다 0.6%포인트 떨어진 69.9%였다. 70%를 밑돌기는 44개월만에 처음. 정상가동률을 보통 80%로 보는 것을 감안할 때 심각한 상황이다. 업종별로는 내수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섬유제품(63.4%), 가죽ㆍ가방 및 신발(65.7%), 비금속광물제품(66.7%) 등은 70%에 훨씬 못미쳤다. 덩치가 작은 기업일수록 가동률은 더 낮았다. 소기업은 67.9%를 기록, 4개월 연속 70%를 밑돌았다. ◇저성장ㆍ고물가 우려=경제연구소들은 작년 말 했던 올해 우리 경제는 `상반기 회복지연, 하반기 완만한 회복`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이미 빗나갔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가운데 가장 먼저 수정전망치를 내놓은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 올 1ㆍ4분기를 고비로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대내외적 불안요인과 경제내부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의 경제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스태크플레이션에 매우 근접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진한 내수를 대신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야 할 수출도 2ㆍ4분기 이후 크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가격 하락, 하이닉스에 대한 미 상무성의 고율 관세부과, 미국 등 주요국가의 내수위축 등으로 하반기 중엔 수출증가율이 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의 심리위축은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 2001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증가세(-0.9%)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하반기 이후 유가는 안정되겠지만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서비스수지의 만성적 적자기조가 이어지면서 경상수지 적자반전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막으려면 경제내부의 불안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고 적자재정 편성,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실물경기가 지나치게 하강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SK글로벌 문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 역시 부실문제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채권안정기금 조성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기,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