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끈끈한 동맹을 자랑하던 삼성전자와 구글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 인도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 타이젠이 탑재된 'Z1'이 앞서 출시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원'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두 제품은 10만 원대 저가폰으로 올해 가장 각광 받는 저가폰 시장인 인도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5만 원대인 조립폰인 '아라폰'을 연내에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구글 간의 동맹 역시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에 타이젠폰 Z1을 선보이면서 현지 경쟁 상대로 인도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와 함께 구글의 안드로이드 원, 모토로라의 '모토E' 등을 꼽고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샤오미의 경우 인도 현지에서 특허 문제로 고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경쟁 대상에서 제외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큰 걸림돌로 주목하는 업체가 바로 구글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구글이 저가폰 안드로이드 원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내부적으로도 신흥시장인 인도에서 저가폰이 인기를 끄는데 고무돼 내부적으로 방글라데시와 네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한 보급형 시장 공략을 넓혀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저가폰을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계획에 구글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타이젠이라는 독립 OS를 통해 구글에 맞서려는 계획에, 구글이 조립폰 아라폰을 통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 플랫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며 삼성전자를 저지하려고 나섰다는 점이다.
구글은 아라폰용 부품을 '아라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다양한 제조사의 부품이 모이면 '구글플레이'와 같은 막강한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아라폰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결국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 기반 기업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은 브랜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아라폰의 영향력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조립폰 시대가 열리고 부품 마켓 영향력이 커지면 완제품을 파는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는 아라폰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은 결국 '프레너미(Frienemy)' 관계에 불과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레너미는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적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결합해 만든 단어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서로의 필요와 이해관계 때문에 특허의 경우는 애플을 상대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만, 저가폰 등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경쟁자 관계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논평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은 특허에 국한된 애플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적 관계"라며 "삼성전자나 구글이 각각 OS와 저가폰을 내놓는다는 것은 특허를 제외한 부분에서는 결국 치열하게 싸우는 불편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