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역사·미래 담아 DDP 설계했죠"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
도시 발전·변화 반영하는 '어바니즘' 건축 철학 구현
개관기념 디자인전도 열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여자다. 건축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받은 최초의 여성 건축가이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64·사진)가 처음으로 내한했다.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서 오는 21일 정식 개관하는 DDP는 유려하게 끝없이 구불거리는 유기적 형태의 곡선 건축물로 논란과 감탄을 동시에 받고 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나 MBC '무한도전'에 등장해 거대한 외계 우주선을 떠올리게 한, 바로 그 건물이다.

DDP의 독특한 외관에 대해 하디드는 "건축은 부지의 특성과 지정학적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DDP는 건축물 자체가 곧 지형이 되는 접근법이 독창적이다. 지붕이 잔디로 덮여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 건축물이 존재함으로써 새로운 지형(땅)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는 500년 서울의 역사성을 반영한 결과다. 건물 주변을 돌다보면 과거의 서울성곽과 현대적인 콘크리트벽, 그리고 미래적인 금속의 벽면이 3개의 층위를 이루며 한 눈에 들어오는 '시간 초월의 장면'도 만날 수 있다.

하디드의 건축은 곡선을 살린 유기적 형태가 특징인데, DDP도 이 점이 돋보인다. 그는 "낯선 땅을 처음 밟아보는 느낌을 살려내다 보면 곡선이 많이 나타나는데, 지형을 의식한 결과로 건축물에서 둥근 모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DDP에, 하디드는 '어바니즘(Urbanism)'이라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담았다.

"서울뿐 아니라 모든 도시에 '어바니즘'을 제안할 수 있는데, 도시의 성장과 변화의 특성을 반영하는 건축이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려는 서울도 그 역사와 특성을 살리는 '어바니즘'을 구현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네요. DDP의 이음새 없이 계속 흐르는 곡선, 금속적인 표면이 '어버니즘'에 맞춘 것입니다. 공간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다목적성격을 갖기 때문에 오히려 시각적으로는 차분해야 하죠. 각이 많으면 오히려 혼란스럽기 때문에 곡선으로 우아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한편 DDP의 너무 큰 스케일에 대한 지적을 두고 그는 "큰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서 주어진 과제였으며, 이것을 직선으로 지었더라면 더 거대하고 육중해 보였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성 건축가로서의 힘겨움에 대해서는 "편견이나 차별이 줄긴 했지만 여러 사람과 거듭 협상해야 하는 건축가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전쟁"이라고 밝혔다.

1950년 이라크에서 태어난 자하 하디드는 런던 AA스쿨 출신으로 현재 빈 응용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2급 훈장인 DBE 작위도 받았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BMW 중앙빌딩이 그의 작품이며 독일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 로마 막시뮤지엄, 런던올림픽 수영경기장이 그의 설계에 따라 최근 완공됐다. 지금은 2018년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을 만드는 중이다. 이번 DDP개관에 맞춰 '자하 앤드 디자인'전(26일까지)과 '자하 인 서울'전(4월4일~5월31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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