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메디」가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생산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살아있는 의약품 공장」이 국내서도 현실로 등장하게 됐다.또 동물을 통해 비싼 의약품을 값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복제송아지 「영롱이」의 탄생과 함께 국내 생명과학도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디」의 탄생과정
백혈구 증식인자는 백혈구가 늘어나는 것을 도와주는 단백질로 모든 사람이 이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DNA)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흑염소의 수정란에 넣은 뒤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지난해 형질전환된 흑염소 「메디」를 탄생시켰다.
◇경제적 가치와 파급 효과
「백혈구 증식인자」는 1㎚에 9억원이나 하는 비싼 의약품이다.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14억 달러 정도. 한미약품의 이관순 중앙연구소장은 『「메디」를 이용하면 생산비용을 1/5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품이 대장균에서 만들어진데 비해 「메디」는 사람과 비슷한 동물이기 때문에 약효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단백질 의약품을 생산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백혈구 증식인자」 대신 다른 단백질의 유전자를 갈아끼우기만 하면 된다. 「고가 의약품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제조 비용도 기존 방법의 1% 이하에 불과하다. 이 기술은 연간 35조원 규모의 세계 단백질 의약품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연구 이어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센터의 유욱준(兪昱濬)교수팀은 앞으로 「메디」의 후손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또 「메디」를 복제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메디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메디」는 젖 1ℓ당 「백혈구 증식인자」가 0.1㎚ 정도 나온다. 연간 젖 생산량도 20~50ℓ정도. 兪교수팀은 백혈구 증식인자를 더 많이 생산하는 흑염소, 흑염소보다 젖을 많이 생산하는 젖염소 「메디」를 개발할 계획이다. 兪교수는 『앞으로 메디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신약을 대량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