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KB, ING 인수 무산이 남긴 또다른 상처

"CEO도 못믿겠다" M&A시장 리더십 불신 확산
IB업계 "경영진 영향력에 타격"
이사회 동의부터 받아야할 판
M&A 명함 내밀기 쉽잖을 것


"KB금융은 앞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명함을 내밀기 쉽지 않을 겁니다."

여러 건의 대형 M&A를 주관해왔던 투자은행(IB) 업계의 고위 관계자가 KB의 ING인수 무산 과정을 두고 내린 평가다. 그는 "여러 대형 딜을 주관해봤지만 최고경영자(CEO)가 결정한 M&A가 마지막 단계에서 이사회(board) 결정으로 (결과가) 뒤집어진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면서 "이사회가 CEO보다 우위에 서 있는 기업의 M&A에는 어떤 기업도 딜을 주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KB금융이 또 다른 M&A를 추진하려고 할 때는 주관사나 인수대상 기업은 '보드의 동의서는 가지고 왔냐'부터 묻지 않겠냐"면서 "M&A의 성패를 떠나 이번 딜의 무산 과정만을 놓고 볼 때 KB금융이 잃어버린 가치는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의 ING 인수 협상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딜 무산이 남긴 상처는 또 다른 줄기가 돼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CEO의 주도 아래 7개월여 진행된 ING의 인수협상이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되는 과정 자체가 IB업계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IB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M&A는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격 등의 조건 때문에 무산되는 사례는 많다. 하지만 그런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CEO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라면서 "ING생명의 사례는 M&A의 타결을 코앞에 두고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만큼 앞으로 KB금융은 M&A를 하더라도 CEO의 역할이나 영향력을 놓고서는 관련 업계도 신뢰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ING생명 인수 실패로 KB금융은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잃은 것 외 CEO의 영향력에 큰 타격을 입고 신뢰도 역시 떨어져 결과적으로 KB금융은 엄청난 무형의 손실을 보게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해 5월 ING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를 했고 그해 7월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8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ING측과 가격 협상 등을 벌여왔다. IB업계에서는 "KB금융 경영진의 인수의지가 높아 가격조건만 맞는다면 M&A는 무조건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ING생명의 인수가 2~3주 후 마무리 될 것을 희망한다(2012년 9월12일)" "ING인수 효과는 상당히 크다(9월20일)"고 밝힌 것이나 박동창 부사장이 "(ING생명 인수는)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10월26일ㆍ3ㆍ4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 등의 발언이 근거다. 이미 KB금융이 최고경영자나 경영진은 ING생명 인수를 기정사실화 하고 가격 조건의 미세조정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과 ING생명 측이 대략 2조4,500억원 안팎에서 가격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18일 열린 KB금융 이사회에서 결과는 뒤집혔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ING생명 인수에 결국 반대표결을 했고 7개월여 진행된 ING생명 인수는 막을 내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ING생명 측도 KB금융 이사회의 결정을 두고 상당히 당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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