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워크아웃] "이러다가 공멸" 시장안정 최후카드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에는 그러나 덩치만큼이나 돌출변수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엄청난 여신속에 담긴 채권단간 이해와 갈등을 좁히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워크아웃 착수 즉시 논의될 신규여신 지원 배분을 놓고도 각종 변수들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대우 워크아웃까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워크아웃설이 흘러나온지 채 사흘도 안되는 기간만에 착수된 것이다.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추진방침이 나온 것은 이번주초. 정부는 지난 16일 채권단 주도로 만든 구조조정안을 토대로 재무개선특별약정을 만들때만해도 조기 워크아웃을 예상하지 않았다. 워크아웃설이 나올때만해도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단지 계열사중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곳에 대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원칙론적 입장만을 밝혔었다.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작업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5일 밤. 제일은행의 이호근(李好根)여신담당상무와 최종욱 워크아웃팀장이 금융감독원으로 들어가면서 감지됐다. 자정까지 지속된 이날 만남에서 정부와 제일은행은 대우를 워크아웃에 넣기로 확정하고, 세부일정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정부는 이날 제일은행에 워크아웃에 필요한 세부일정과 대상 계열사를 선정하는 기준을 시달했다. ◇대우 워크아웃,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진행방식은 지금까지의 워크아웃 업체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계열사 상당수가 이미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고, 계열사별 구조조정 계획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 방식은 「속전속결」식으로 진행될게 분명하다. 우선 대우그룹 채권금융기관은 제일은행이 워크아웃을 위해 채권금융기관에 회의소집을 통보함과 동시에 채권행사가 동결된다. 1차 만기연장 기간은 3개월이다. 채권단은 이 기간동안 대상계열사에 대한 전면적인 실사작업에 착수한다. 실사과정에 기업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해당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채무, 즉 「적정채무」을 산정해 채무조정 규모를 결정한다. 실사작업이 늦어지면 채무유예기간은 1개월 연장되고 이후 2개월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최장 6개월까지 가능한 셈. 실사작업이 마무리되고 난후 신규자금 지원액수를 결정하는게 통례지만, 대우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유동성이 어려운 만큼 신규자금 지원이 선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신동방그룹과 같은 형식이다. 채권단은 현재 2조~3조원 정도를 추산하고 있다. 신규자금 지원 이후에는 채권금융기관별 분배기준을 정한다. 통상 실사작업후 결정되는 채무재조정의 범위도 대우는 예외적으로 진행될게 분명하다. 채무유예기간과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등의 「3박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출자전환을 위해서는 대상기업 선정이 중요하다. 대우그룹 계열사중 상당수가 매각작업을 진행중인 만큼 출자전환 대상업체 선정과 규모 등은 조기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채무유예 기간은 대략 5년, 즉 오는 200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구조조정안과 달리 실사작업이 끝난후 청산가치가 높은 기업, 즉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기업에 대해서는 청산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때늦은 정책, 회사만 만신창이= 정부는 지난달 대우그룹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만기여신 자동연장 조치를 취하면서 「워크아웃」이란 용어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이 여기에 따라주질 않았다. 대우의 장래에 대한 시장의 불안만 계속됐을 뿐이다. 결국 대우그룹이 만신창이가 돼갔다. 채권단이 공동결의로 만기여신 자동연장 조치를 취했지만 금융기관들은 개별 이해에 매달려 회수에 바빴다. 협력업체들은 진성어음 조차 할인이 안돼 금융기관과 대우, 협력업체 등 모든 주체가 공멸의 길에 다가서고 있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채권단이 대우에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물붓기식 지원을 했음에도 대우의 유동성위기는 악화일로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를 『대우의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과 대우그룹의 진행방향이 같다』는 아이러니컬한 해석까지 내놓았다. 정부가 제일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초기에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실만 키우고 은행의 조직을 망가뜨린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채권단의 한 임원은 『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일시적인 시장의 혼란이 예상되더라도 곧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정부의 실기(失機)를 꼬집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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