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에서 경제정의를 앞장서 부르짖던 어떤 교수께서 정부의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의견으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벌어지자 한 말씀으로 끊었다.『의견은 다들 좋은데 실천이야.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해야지.』
듣기에 따라서는 이른바 강단(講壇)경제학에 일갈하는 소리같기도 했다. 자신도 오랫동안 현실 경제에 비판의 소리를 높여왔지만 아마도 그 생산성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사실 강단경제학은 그동안 양극단적인 면으로 흘러왔다.
한쪽은 장밋빛 낙관론과 체제옹호였다고 한다면 다른 한쪽은 절망적 비관론과 반체제적 경향이었다. 옹호론이든 비판론이든 논리성과 현실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문적 창의성은 오십보 백보라는 생각이다.
본질을 꿰뚫고 그 속에서 비전을 찾아내는 데는 반쪽의 성공밖에 하지 못한 감이 든다. 그래도 경제는 이만큼이나마 되지 않았느냐가 전자의 위안일 것이고 그렇게 경고해도 소귀에 경읽기이더니 IMF재앙을 불러들이지 않았느냐가 후자의 소리일 것이다.
하기야 경제라는 건 양면성이 있다. 그리고 학문에는 자유로운 입장이 있다. 이 소리 저 소리 다듣고 그것을 아울러 경세제민(經世濟民)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로 가면 될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세상이 엄청 바뀌고 시대의 흐름이라는 파도가 워낙 높아 그런지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그러다 보니 책임론은 무성하나 비전제시는 간 곳이 없다. 논설은 많은데 정교한 공학적 연구는 없다.
인 푸트가 미약하니 아웃 푸트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다. 경제가 분주해지자 학자들도 분주하다. 분주해도 이렇다할 학문적 생산은 없는 것 같다. 「단군이래」경제적 대재난이라는 환란이 2년이나 지나고 있는데 강단경제학에선 이렇다할 종합 보고서 하나 보기 힘들다.
여건도 환경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이다. 이미 학문적 토대를 이루었던 모든 전제들이 깡그리 뒤바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 어제의 이론들은 낡은 것이 되고 설법의 노트들은 쓸모가 없어졌다. 그동안 어떻게 끌고 왔는가 학계 스스로 내부탐색부터 해볼만한 일이다. 강단경제학에 위기와 기회가 겹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