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신냉전 조짐] 러시아 무력개입 확대되나

우크라 동부지역서도 친러 세력 득세


"크림반도는 이미 러시아 수중에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체를 장악하는 상황을 걱정할 때다."(익명의 유럽 외교관)

크림반도를 무대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와 러시아 간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친러시아 성향이 다분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지지세력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동서 분열 조짐이 커지면서 러시아군 개입 확대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오데사·하르키우·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요 도시에서 각각 수천명의 친러시아파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네츠크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동부지역 민병대장 파벨 구베레프를 새 지사로 내세운 가운데 구베레프는 "러시아는 형제다. 우리는 그들의 무력개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동부 최대 도시 하리코프 역시 친러 시위대가 친유럽 주민들과 유혈충돌한 끝에 정부 청사를 점거한 상태다. 이들은 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불법으로 세워졌다"며 주민들의 입장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네츠크 시의회는 시위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의 미래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오데사에서도 시위대 추산 2만여명, 현지 경찰 추산 5,000여명에 이르는 인파가 러시아 국기를 휘날리며 정부청사를 에워쌌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사회경제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데다 러시아어 사용 주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부에서 친러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서방 세계는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넘어 동부지역 전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 크림반도처럼 쌍수를 들고 러시아의 개입을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정치 전문가인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동부 주민 상당수는 러시아어를 쓰면서도 우크라이나 국민이라는 소속감이 더 강하다"며 "동부 지역 분리 움직임은 서부뿐만 아니라 동부 내부에서도 중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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