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5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소환함에 따라 앞으로 수사 내용과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두는 혐의는 크게 탈세와 횡령ㆍ배임, 주가조작 3가지로 압축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소환된 이 회장을 상대로 국내외 비자금 운용을 통해 510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1998~2005년 CJ제일제당 법인자금 6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또 일본 도쿄에 있는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350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아울러 서미갤러리를 통해 해외 미술품 1,422억원어치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거나 거래 내역을 누락하는 수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 고강도의 조사를 벌였다.
수사 개시 한 달 만에 이 회장을 전격 소환한 점을 볼 때 검찰은 이 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직 홍콩과 싱가포르에 요청한 해외 계좌 거래내역 조회 사법공조 답변, 금융감독원에 의뢰한 CJ그룹 불법 주식매매 조사 결과 등이 검찰에 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 압수수색이나 기타 과정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종합해서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재소환 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9시35분께 짙은 회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도착해 '비자금 조성 과정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느냐' '횡령ㆍ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청사 앞에는 이 회장 소환을 취재하기 위해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고 CJ그룹 임직원 30여명이 청사 입구 또는 근처에서 이 회장의 소환을 지켜봤다.
이 회장은 서울중앙지검 11층 특수2부 조사실에서 오전10시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신문은 특수2부 신봉수 부부장검사가 맡았고 이 회장 측에서는 이병석 변호사가 입회했다. 이 변호사는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등에 참여했던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한편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운용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CJ글로벌홀딩스의 신모 부사장을 26일 또는 27일 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회장의 고교 동기로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CJ 중국총괄 부사장 김모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해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