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리스크관리책임자(CROㆍChief Risk Officer)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연초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아울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선제적인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CRO 임기를 최소 1년으로 보장하고 이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명문화했다. CRO의 자격요건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업무경험 및 전문성을 갖춘 자'로 규정하고 내부규범에 담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업무의 전문성을 살리고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12월24일 개정한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CRO 임기를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은행도 CRO의 자격요건을 명문화했다. 지난해 12월20일 은행의 종합리스크관리규정에 CRO 자격을 '경영전반에 대한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로 규정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안에 CRO의 자격과 지위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실경영을 위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올 상반기 중으로 리스크관리책임자 지위와 역할에 대한 강화 요건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보다 앞서 CRO의 역할을 강조해온 하나은행도 CRO 임기 보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권고가 있었던데다 조만간 임시국회가 열리면 CRO 임기를 2년 이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시중은행 CRO는 "금융위기 이후 CRO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별 은행들이 업무의 독립성과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CRO의 위상이 최고경영자(CEO)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