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베네수엘라 30억달러 공사 지연

경제위기에 공사비 못 받아
공기 연장으로 손실 불가피


현대건설이 지난 2012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PDVSA)로부터 수주한 30억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프로젝트가 지난해 말부터 공사비 미지급으로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년 안팎의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남미 일부 국가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 미지급에 따른 공사 중단이 현실화하면서 이 지역을 신흥시장으로 공략했던 건설업계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등이 수주한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스 정유공장 확장 및 설비 개선 프로젝트의 공사가 미수금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인 PDVSA가 지난해 말부터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당장 필요한 공정을 제외한 다른 공사는 모두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최근 PDVSA가 현대건설 등에 1년 안팎의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이 2012년 6월 수주한 29억9,500만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이 공사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동쪽으로 250㎞에 위치한 정유공장의 시설 및 설비를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시설로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이 베네수엘라에서 처음 수주한 사업으로 현대엔지니어링 및 중국 위슨엔지니어링과 공동수주했다.

2012년 9월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스 플랜트 공사가 공정률 7% 안팎에 머문 채 지난해 말 중단 상태에 이른 직접적인 요인은 금융조달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 30억달러에 이르는 이 프로젝트의 공사비 중 10억달러는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을 통해 조달됐고 나머지 20억달러는 우리나라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중국 수출입은행이 기업금융 형태로 제공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의 10억달러만 조달됐을 뿐 우리나라와 중국 금융기관이 맡기로 한 20억달러는 아직 한푼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결국 발주처인 PDVSA는 먼저 조달한 10억달러를 공사비로 모두 소진한 후 추가로 예정된 20억달러가 들어오지 않자 현대건설 등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이 체결된 지 2년 가까이 지났고 미수금까지 발생했음에도 예정된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3개 금융기관 모두 대출승인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종 승인을 위한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남미 일부 국가의 심각한 경제난이 대출승인 지연의 주요인일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1년 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과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의 영향으로 최근 1년여 동안 통화가치 하락과 외환보유액 급감, 물가 급등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1년간 56%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 게다가 생활고에 지친 서민들이 넘쳐나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반정부시위까지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시국이 불안하다. 결국 심각한 경제난과 불안한 정치상황이 베네수엘라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외국 금융기관들의 자금공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