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감각과 대형 증권사를 경영했던 경험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겁니다."
현대증권(003450)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의 이종철(사진) 대표는 15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증권의 새 사장 후보로 5명을 놓고 고심 중"이라며 "젊은 시절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시니어가 됐을 땐 대형 증권사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거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갖춘 분을 뽑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윤경은 현 사장의 유임설이나 현대증권 전·현직 임원의 영입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경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 사장 선임과 관련해 현대그룹과 논의할 필요는 없다"면서 "윤 사장도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분일 뿐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 놓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경험과 경영능력 등 오릭스 PE가 세운 원칙에 따라 사장 선임 과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내외 증권사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가 세운 기준에 따라 능력 있는 경영인을 모셔올 것"이라면서 "3월 중순 정도면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파이(K-Fi) 글로벌 시리즈와 같이 현대증권에 부담이 되는 금융상품을 대폭 손질할 뜻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증권사 자금을 활용한 자기자본투자(PI)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지만 금융상품 자체는 회사에 큰 리스크를 줘선 안 된다"면서 "사실상 확정금리를 주는 형태의 상품은 바람직하지 않고 회사에 우발채무로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손 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증권이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대표적인 상품에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케이파이 글로벌(K-FI Global) △퇴직연금상품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케이파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파이 글로벌 시리즈는 지난 2013년 윤경은 사장이 취임한 이후 의욕적으로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다. 케이파이 13호의 경우 만기평가일 기준 기초자산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90% 이상이면 연 4.0%의 수익을 지급하고, 최초기준가격의 35% 이상, 90% 미만이면 연 3.8%의 수익을 지급한다. 특히 기초자산가격이 35% 밑으로 떨어져도 원금의 90%를 보장해준다. 고객에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회사엔 그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케이파이 시리즈 가운데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경기변동에 취약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일부 상품의 경우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상품 안정성과 회사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대증권 인수 목적이 국내 증권시장 진출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는 증권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동양증권을 인수한 유안타증권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증권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현대그룹이 정상화돼 회사를 다시 되찾아갈 때까지 현대증권이 오릭스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 계획은 현대그룹을 돕기 위해 세운 것이며 5년 후에 경영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도 그래서 맺은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오릭스 해외 계열사인 로베코자산운용의 상품을 현대증권의 뛰어난 리테일 망을 활용해 팔 수도 있고, 반대로 현대증권이 오릭스의 해외 계열사들과 협업해 동남아시아의 민자발전프로젝트(IPP)에 진출하는 등 해외 비니지스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인수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현대증권이 리테일 부문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미 4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했는데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설 연휴가 끼어 있어 본계약은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늦은 4월께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고려하면 6월 말 정도면 인수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