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사설/5월 20일] 부동자금 투자로 끌어들일 수 없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어 성장잠재력과 경제활력 감퇴가 우려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설비투자액은 17조7,0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조7,130억원에 비해 22.1%나 감소했다. 이는 기준연도 개편으로 통계비교가 가능한 200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불황과 국내에서의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는커녕 당장 살아 남기에 급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여유가 있는 기업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기업 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당장 고용감소와 소비부진 등을 초래해 내수를 위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미래의 성장동력을 훼손해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지만 끝은 있게 마련이다. 기업들은 위기 이후를 대비해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일류기업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혹심한 경기불황기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선두로 도약한 경우가 많다. 도요타와 혼다는 1990년대 초 미국의 경기침체기 때, 코닝과 인텔은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때, 포스코ㆍ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도 외환위기 때 공격적인 투자를 해 글로벌 리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투자촉진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지만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4월 말 현재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811조원에 이른다. 이런 부동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금 선순환의 가장 큰 걸림돌로 구조조정 지연이 지적되고 있다. 경쟁력 없는‘좀비 기업’들을 과감히 퇴출시켜 시장 불신을 해소함으로써 단기 부동자금이 실물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책적 지원도 보강돼야 한다.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대상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이밖에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초기 시장을 형성해주는 인큐베이터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지나치게 높은 특허유지 비용을 낮춰주는 등 관련제도를 정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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