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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요금체제에 일대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음성·문자·데이터를 조합한 정액요금제에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2위 사업자인 KT가 첫 스타트를 끊었고, LG유플러스가 뒤따랐다.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도 조만간 출시 예정이다.
'사업자가 과연 손해보는 짓을 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겠지만, 이 요금제는 동일한 음성·문자 사용량이 많은 고객에게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데이터 중심인 만큼 데이터 제공량은 기존 요금제보다 줄었다. 앞으로 '음성·문자'는 기본으로 깔고 데이터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통신사의 의중이 깔려 있는 것이다. 기존 정액요금제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중 어느 쪽이 얼마나 이득인지 KT 요금제 사례를 중심으로 계산해봤다.
주부 권모(46)씨는 통화량은 많은 반면, 데이터 사용량은 극히 적은 편이다. 지인들과 월평균 600분 가량 통화를 하고 200MB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권씨는 현재 망내(동일 통신사) 무선 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순 모두다올레 34요금제를 사용중이다. 망외는 185분으로 제한돼 있지만 망내가 무제한이어서 통화에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이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1.5GB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권씨가 KT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인 '데이터 선택 299'요금제로 갈아타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음성통화는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는 300MB에 그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권씨가 아낄 수 있는 비용은 4,100원. 이는 KT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요금을 2만9,900원으로 낮춘데 따른 것이다. 이는 LG유플러스도 마찬가다.
휴대폰간 통화뿐만 아니라 유선까지 포함해 음성통화량이 많은 고객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직장인 김모씨는 업무로 인해 월 통화량이 2,400분에 달하는 반면 데이터 사용량은 1GB에 불과하다. 김씨가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는 KT의 '순 완전무한 51'. 유무선 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반면 데이터는 5GB가 제공되는 요금제다. 김씨의 경우 '데이터 선택 349'요금제로 바꾸면 1만6,000원의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유선전화와의 통화는 30분만 무료지만 무선통화는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량은 1GB여서 낭비가 없다. 두 사례에서 보듯이 음성통화량이 많은 반면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소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절대적으로 이득이다.
음성통화량은 적고 데이터 사용이 많은 소비자도 약간의 이익을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월 6만1,000원인 '순완전무한 61'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였다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는 1,000원 가량 낮은 5만9,900원부터 무제한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3만원대 이하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제공량이 기존보다 감소한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음성이 무제한인 대신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을 매겨 이 요금대 고객이 4만원대 요금제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에는 유선 무제한 요금대가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KT의 경우 5만9,900요금제부터 유무선 무제한이지만, 유선 기반이 약한 LG유플러스는 그렇지 않다. 유선과의 전화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는 LG유플러스가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영상 시청이 많은 고객은 LG유플러스가 다소 유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모바일 IPTV인 U+HDTV와 '유플릭스 무비' 전용 데이터를 매일 1기가씩 추가해주는 전용 요금제도 함께 내놨다. 이 데이터는 유투브 등 다른 동영상 시청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LG유플러스 모바일 IPTV용으로는 손색이 없다. 다만 이번 데이터 요금제 출시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데이터는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쓸데 없는 동영상 시청을 줄여야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셈이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