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돈 된다"… 뜨거운 지방 분양권시장

부산·대구·울산·세종 등 올 9만건 거래 역대 최대
영남권은 매매거래 맞먹어… "과열 주의해야" 지적도


"대구만 해도 최근 주택시장이 호황인데다 전매제한이 없다 보니 아파트를 분양받아 1,000만~2,000만원의 웃돈을 얹어 곧바로 되파는 투자수요가 부쩍 늘었습니다. 전체 분양물량 중에서 30%가량은 수시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

지난 2008년 민간택지의 전매제한이 사라진 지방 분양시장에서 분양권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분양권 거래량이 일반 주택 매매거래량과 맞먹을 정도다.

19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지방에서 거래된 분양권 거래 건수는 8만9,793건으로 정부가 주택 실거래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는 혁신도시 등의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지방의 아파트값이 20% 가까이 올랐던 2011년 3만425건에 비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5만3,646건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도 67%가량이나 급증했다.

◇'당첨되면 돈'…분양시장에 몰리는 투자자=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방에서 분양권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일차적인 원인이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은 미분양아파트 물량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4만5,573가구로 이 중 수도권이 2만4,292가구, 지방은 2만1,070가구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아파트가 16만5,599가구로 정점을 찍었던 2008년 말과 비교해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당시 수도권의 미분양아파트 물량은 2만6,928가구로 지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13만8,671가구에서 2만여가구로 급감했다. 특히 대구를 비롯한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경우 미분양아파트가 10분의1 수준까지 떨어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의 경우 분양시장도 호황인데다 미분양아파트까지 급격히 줄다 보니 새 아파트를 찾으려는 수요자들이 분양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지방의 경우 전매제한이 길어야 1년이다 보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까지 겹치면서 분양권 거래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권은 이미 '과열 주의보'=분양권 거래가 급증하면서 지방 주택시장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대구·대전·울산·광주 등 지방 5대 광역시의 경우는 매매거래 대비 분양권 거래의 비중이 평균 68%에 달한다. 매매거래 10건이 일어나는 동안 분양권도 7건이 손바뀜이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여전히 집값이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분양권 거래량이 주택 매매거래와 맞먹을 정도로 시장이 확대됐다. 올 들어 5월까지 대구지역 주택 거래량이 1만5,226건이었는데 이 기간 중 분양권 거래는 1만4,067건 이뤄진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사업부 전문위원은 "지방은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지는데다 민간택지 아파트는 전매제한도 없다 보니 로또처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특히 최근 2~3년 사이 분양됐던 물량들의 입주가 몰려 이를 받쳐줄 만한 실수요가 없을 경우 시장이 다시 한번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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