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포퓰리즘은 유권자 매수행위다

유권자 매수 처벌 강화 불구
재정건전성 위협하는
무상보육 등 퍼주기 복지
처벌방법 없어 안타까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강화된 선거범죄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 기준안에 따르면 상대 후보자나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징역형이 선고된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점을 감안해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또한 금품으로 상대 후보자나 유권자를 매수한 경우 징역형 선고가 '원칙'이 된다. 허위사실 공표, 기부행위 등 선거범죄도 원칙적으로 당선 무효형 판결을 받게 된다. 양형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지난 4ㆍ11 총선에서 당선된 19대 국회의원 중 의원직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본격적인 포퓰리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무상복지를 수용하고 중도좌파까지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포퓰리즘 경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비쳤다. 민주주의의 이상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다. 대의정치가 포퓰리즘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당선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정치인들에게 대중 인기영합적 정책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여기에는 좌파와 우파의 구별이 없고 야당과 여당의 차이도 없다. 우리 정치권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본격적인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무상급식ㆍ보육, 반값 등록금 등은 공짜가 아니다. 유권자들은 당장 달콤한 복지 포퓰리즘에 유혹되기 쉽지만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고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한결같이 포퓰리즘 경쟁에 빠지는 것은 그만큼 대중영합의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를 통해 이상국가를 이룩한 나라는 없다. 몰락한 공산주의 국가나 과거 사회주의 국가 등이 이를 추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정치권은 인기를 얻기 위해 대중영합적 정책을 채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책의 포퓰리즘화는 계속됐다. 포퓰리즘은 권력 유지를 위해 퍼주기 정책을 쓰는 만큼 재정팽창적이고 재분배적인 성격을 띤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와 달리 시장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았지만 2008년 5월 촛불집회 사태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자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친서민정책으로 돌아섰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자 미분양 아파트 대책,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친서민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최근 정부는 사회적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면서 기업에 기부를 강조한다. 기업의 목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상생과 나눔을 베푸는 것이라는 것 같다.

포퓰리즘 정책은 국민을 위한다고 내세우지만 결국 유권자를 매수하는 속임수다. 막대한 예산낭비를 수반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민간경제를 억압해 시장의 활력도 떨어뜨린다. 그리스ㆍ아일랜드ㆍ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도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 누적으로 최근 재정위기를 맞았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당선ㆍ재집권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퍼주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은 이기적이고 파렴치한 행동이며 국민을 매수하는 망국적 매표(買票) 행위다.

선거법은 유권자를 금품으로 매수한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앞으로는 강화된 양형기준에 따라 더욱 엄정한 처벌을 받게 된다. 복지 포퓰리즘에 의존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선거 못지않게 우리 사회와 경제에 해롭다. 명백한 매표 행위인 복지 포퓰리즘은 마땅히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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