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한달에 20여권 독서… 책에서 증권 리더의 길 찾아"
직원 자기계발 위해 매달 책 선물… 매월 1일 경영성과 이메일 보내
젊은이들 못잖게 새로움 추구… 히말라야 트래킹 등 쉼없는 도전
종업원에 지속적으로 주식 배분 "10년후엔 글로벌 투자은행 도약"



손복조(61ㆍ사진)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은 30여년간 금융투자업에서 일해온 정통 증권맨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큰 형님'으로 통한다. 그는 대우증권을 국내 증권업계의 톱 클래스로 끌어올린 후 지난 2008년 돌연 신생 증권사를 창업해 '제2의 증권인생'에 뛰어들었다.

손 사장은 특히 책을 많이 읽는 최고경영자(CEO)로도 유명하다. 한 달이면 20여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여느 CEO와 달리 골프를 치지 않는 그는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언제나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은 서재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온갖 책들이 빼곡히 쌓인 책장들로 가득했다. 무심코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더니 곳곳에 형광색 사인펜으로 꼼꼼히 체크가 돼 있거나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모두가 리더가 되지는 않겠지만 훌륭한 리더는 반드시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증권 등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도 있고 자칫 정서적으로 핍박해질 수 있는데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직원들로까지 전파된 지 오래다. 대우증권 사장 시절에는 부서장들 중심으로 매월 선물한 책이 50권에 이른다. 토러스투자증권을 세운 후 직원들에게도 거의 매달 선물한 책이 어느덧 61권에 이른다. 가장 최근에는 포춘(Fortune)지의 편집장인 제프 콜빈이 지은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타이거 우즈, 잭 웰치 등 유명인들의 성취 비결을 파헤친 책이다.

"직원들에게는 반드시 제가 읽고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선물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독서평을 올린 직원들에게는 답글도 꼭 달아주죠."

손 사장이 증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율산그룹의 해운영업으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율산그룹이 해체되면서 당시 동양증권이 삼보증권을 흡수 합병해 탄생한 대우증권에 기획과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증권업과 첫 인연을 맺었는데 30여년이나 이 업에 종사하게 될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죠. 앞으로도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건강이 허락되는 한 활동하고 싶습니다."

증권업에 거의 반평생을 바친 그에게 '투자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곧바로 그에게서 '투자는 곧 기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투자의 본질적인 가치는 지금의 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사들 역시 고객의 발전을 위해 그 기회의 장을 제공해주는 데 있는 것이고요."

내심 거창한 그 무엇인가를 기대했지만 의외로 평범한 답변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그의 경영철학이 '정직과 투명'이라는 점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해 4년 가까이 이끌어오면서 매월 1일이 되면 회사의 경영성과를 직원들의 e메일로 전달해주고 있다. 회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도 무조건 '얼마를 벌어들였느냐'보다는 과연 팀워크가 얼마나 잘되고 있느냐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는 "지금은 비록 규모가 작지만 토러스증권을 세계적인 증권회사로 일궈내는 게 소망"이라며 "10년 후에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투자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 손 사장은 토러스투자증권을 세웠다. 투자자들과 함께 자신도 직접 30억원을 투입했다. CEO에서 창업자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은 현재 9%대로 거의 동일하지만 손 사장이 약간 많은 수준이다.

그는 국내의 여느 일반 금융투자회사와 다른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꿈꾸고 있다. 여기에 그가 국내 최고증권사의 CEO라는 자리를 뿌리치고 토러스투자증권을 세운 이유가 있다.

그는 "내가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지만 결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오너는 아니다"라며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배구조를 기존의 증권사와는 차별화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기존 오너 중심의 증권사와 달리 지속적인 증자가 가능하도록 종업원들에게도 상당수의 주식을 배분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처럼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로 만들고 싶어 한다.

"지난해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타계했을 때 그가 가진 애플의 지분은 0.6%에 불과했다. 창업 초기에는 지분이 많았겠지만 이후 지속적인 증자를 통해 지분이 희석된 탓이다. 애플이 거대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생각은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큰 화두로 내걸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과도 맞닿아 있다. IB 이야기가 나오자 손 사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글로벌 IB들은 대부분 최대주주가 종업원으로 돼 있다"며 "일본의 노무라증권이나 미국의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이 모두 이 같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형 IB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증자 등을 통해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증권업계는 제한된 수익구조와 증자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덩치를 키우는 데 제한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자본력이 기껏해야 3조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본의 노무라는 자기자본(PI)이 30조원에 가깝고 골드만삭스는 무려 80조원에 달한다.

"노무라만 해도 영국의 런던사무소에 직원이 3,000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큰 증권사의 영국 내 직원은 10명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그동안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지만 금융업은 아직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납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진정한 IB로 가기 위해서는 큰 딜에 자기 돈을 태울 수 있는 강한 자본력을 갖춰야 합니다."

손 사장은 그동안 증권맨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국내 업계에 리스크 관리 개념을 처음 도입한 점을 꼽는다. 요즘은 증권사들이 저마다 리스크 관리를 경영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지만 IMF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개념은 생소했다.

"1990년대 대우증권의 도쿄사무소장으로 있을 당시 노무라를 유심히 들여다봤더니 리스크를 제어하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자원의 효율성과 위험을 분산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었던 셈이죠."

그는 지난 1995년에 대우증권에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리스크 관리 제도를 도입시켰다. 이로 인해 대우증권은 당시 1조원에 달하던 주식 비중을 2,000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그리고 이는 얼마 후 터진 IMF의 충격에서 회사가 버텨낼 수 있는 근간이 됐다.

하지만 그도 2000년 이후 불어닥친 대우사태의 영향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2004년에 대우증권 사장으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리고 당시 업계 5위로 밀려난 대우증권을 3개월 만에 1등으로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사장 취임 이후 '1등 자존심 회복'을 가장 큰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취임한 이튿날부터 전국의 부서장, 지점장회의를 소집하면서 주식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했습니다. 당시 대우증권의 숨은 힘을 감안해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생각했었는데 직원들의 '해보자'는 열정이 더해지면서 1등 달성이 계획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진 셈이죠."

이처럼 국내 1위의 대형 증권사 CEO를 거친 그가 국내 금융업계에 새로운 개념의 증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신념으로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했지만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금융산업은 자본과 신용인데 신생 증권사라는 한계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며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데 큰 진입장벽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인재를 여러 곳에서 모으다 보니 공통적인 가치관이나 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조직을 꾸려나가는 데도 많은 힘을 쏟아야만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는 '임원지식포럼'을 만들어 매월 간부들이 단편적인 전문지식을 넘어 가치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훌륭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는 이 포럼의 주제는 물론이고 항상 본인이 직접 원고를 작성해 강연도 하고 있다.

손 사장은 거침없는 도전정신은 그의 독특한 휴가 즐기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가을 열흘간 시간을 내 '깜짝 휴가'를 보냈다. 바로 젊은이들도 쉽게 도전하기 힘든 히말라야 트래킹이었다. 당시 하루 동안에 14시간을 무작정 걸으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직원들이 긴 휴가를 보내는 것을 꺼려하는데 이는 오히려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올해는 터키 쪽으로 트래킹 코스를 잡아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못지 않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만큼 최근 증시와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질문도 던졌다. 최근 유럽 재정 리스크가 둔화되고 미국 경제지표도 호조세를 보이면서 국내외 주요 증시들이 잇따라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 이외에는 오름폭이 크지 않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리스크가 둔화되면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여 펀더멘털에 좀 더 충실해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손복조 사장은


▦1951년 경북 경주 출생 ▦1974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76년 율산그룹 입사 ▦1984년 대우증권 입사 ▦1990년 대우증권 동경사무소장 ▦1999년 대우증권 리서치담당 임원 ▦2001년 LG투자증권 국제ㆍ법인영업본부장 ▦2002년 LG선물 사장 ▦2004년 대우증권 사장 ▦2008년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설립 2년만에 흑자 성공… 임직원이 지분 20% 차지


● 토러스 투자증권은

"황소는 느릿하지만 꾸준하다. 고집도 세서 한 번 세운 결심은 거세게 밀어붙인다."

지난 2008년 7월에 설립된 토러스투자증권은 황소의 우직함과 강인함을 닮고 싶어 한다. 그래서 별자리 중 '황소자리'를 뜻하는 토러스(Taurus)라는 이름도 손복조 사장이 직접 지었다. 여기에는 황소가 증권가에서는 활황장세를 의미하는 만큼 회사가 힘차게 성장하라는 뜻도 담고 있다.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디퍼런트 투모로(Different Tomorrow)'다. 남들과 똑같이 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증권 서비스를 통해 커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바보처럼 도전하고 변화를 즐기라'는 것도 회사의 핵심가치로 강조되고 있다.

현재 리서치 업무와 법인영업, 상품운용, 개인고객의 주식 브로커리지 등의 부문에서 180여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자본금은 320억원 규모로 서울 강남과 대구 등지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2년 만인 지난2009 회계연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1회계연도에도 3ㆍ4분기 누적실적(4~12월)까지 영업수익 2,679억원, 순익은 17억7,000만원을 달성했다.

지난달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국채와 지방채, 특수채투자매매업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따라서 조만간 채권인수 업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토러스의 주주구성을 보면 손 사장이 강조하는 선진지배구조처럼 절대 주주가 없다. 현재 손 사장이 9.38%로 가장 많지만 전북은행(9.37%), 행정공제회(9.37%), 대구은행(9.36%)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손 사장을 포함한 주요주주들은 설립 당시 10%의 지분을 보유했지만 이후 증자를 통해 지분율이 낮아졌다. 현재 임직원이 2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종업원 중심의 회사인 셈이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증권 리서치 상무와 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를 지낸 국내 증권가의 거물로 통하는 이남우씨를 영업총괄 대표로 영입해 '손복조-이남우' 투톱 체제를 구축해 증권가에 이슈를 낳기도 했다. 이 대표는 6.25%의 회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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