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초읽기에 들어간 비정규직 '해고 대란'을 앞두고 28일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싼 막판 힘겨루기를 벌였다.
비정규직 개정을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을 하루 앞둔 이날 여야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5인 연석회의' 7차 회의를 열어 막판 접점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법 시행 유예에 대한 여야,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2년 유예안'과 '6개월 유예안'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과창조의모임'은 '1년 반 유예안'이라는 절충점을, 노동계는 '유예 불가'입장을 각각 내놓은 것. 또 법 개정의 첫 관문인 국회 환경노동위 심의와 관련,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법안 상정의 전제조건으로 5인 연석회의에서의 합의를 내걸었다. 비정규직법 합의가 불발, 한나라당이 29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회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법 시행의 2년 유예, 정규직 전환지원금 1조원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 등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당초 3년 유예 및 전환지원금 5,000억원 입장에서 대폭 양보한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날 합의가 불발될 경우 29일 본회의를 통한 비정규직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한걸음 더 물러서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여야 간 미합의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한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는 7월1일부터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이 절박하지만 국회 파국을 비롯해 '단독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29일부터 상임위를 개최, 법안심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법제사법위ㆍ정무위ㆍ기획재정위ㆍ외교통상위 등 10여개 상임위 소집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5인 연석회의 담판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29~30일 본회의를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민주당은 이미 소속 의원과 보좌진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린 상태이다. 비정규직법 협상이 무산될 경우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강경파 의원들이 6일째 이어가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앞 중앙홀 점거농성에 당 차원에서 합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실력저지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29일부터 시작되는 한나라당의 전 상임위 소집 요구도 보이콧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일단 5인 연석회의 타결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법이 합의처리된다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일방처리 명분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과 관련, 공식적으로 '6개월 이상' 유예는 어렵다는 주장이나 내부적으로는 유예기간을 1년 정도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