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동시다발 양적완화 움직임

글로벌 경기 회복 부진에 "선제적 부양하자"
ECB 내주 금리인하 가능성 이어
러시아·호주·뉴질랜드도 가세 조짐


이달 들어 제조업 등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 외로 꺾이면서 글로벌 경제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ㆍ영국ㆍ호주 등 주요국들이 미국ㆍ일본에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양적완화 행렬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시점이 다음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영국은 물론 호주ㆍ뉴질랜드 등 자원 수출국에서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국이 선제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4일(현지시간) 빅토르 콘스타치오 ECB 부총재는 유럽의회에 출석해 "그동안 경제 여건이 하락할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 답해왔다. 불행히도 최근 지표들은 지금이 적기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노무라ㆍUBSㆍRBS 등 대다수 투자은행(IB)도 다음달 2일 개최될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ECB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기업 대출 확대 등 미시적인 수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실망스러운 지표 결과가 잇따르면서 기조가 완연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럽 최대 경제국가인 독일에서 수출 및 제조업 활동지수가 모두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난데다 유로존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경기수축'을 예고하는 등 유로존 전체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는 현행보다 0.25%포인트 낮은 0.5%로 유로존 설립 이래 역대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영국에서도 25일 발표된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트리플 딥(삼중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인하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6월 영란은행장에 취임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양적완화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조만간 BOE가 월 3,750억파운드의 자산매입 정책을 넘어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주ㆍ뉴질랜드 등 자원 수출국에서도 금리 인하론이 제기되가는 마찬가지다. 경제 여건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다소 양호하지만 갈 곳을 잃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집중되며 통화가치가 급등하고 물가 급등세가 촉발,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의 파장이 이들 국가의 수출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원 수출국들의 불만도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호주 통신사인 AAP는 이날 발표된 4월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인플레이션 추세와 기업 경기의 약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올해 안에 중앙은행이 현행 3%인 기준금리를 2.25%까지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한 뉴질랜드에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일본발(發) 충격'을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끝내 불발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전세계 경제가 다시 둔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완화해법을 고민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며 "일본의 공격적 완화 프로그램 등 각국의 위기 해법이 부작용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경기 약세에 일조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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