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의 일부 프런티어 국가들은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휩싸였다. 또 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은 물론 뉴질랜드·호주 등 원자재 비중이 큰 선진국도 성장률 둔화 추세가 완연하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남수단 정부는 수도 주바에서 중국·말레이시아·인도 등 3개 석유기업 관계자를 모아놓고 2억달러 규모의 긴급대출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들 기업은 기존 16억달러의 대출도 상환받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아그레이 티사 사부니 남수단 재무장관은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 해외 부채를 갚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남수단의 디폴트 위기는 재정수입의 95%를 차지하는 원유 가격 하락 때문이다. 특히 최근 원유 최대 생산지역인 유니티와 어퍼 닐레의 정정불안 여파로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할 당시 하루 35만배럴이던 원유 생산량이 최근 16만배럴로 반 토막 나면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가나도 주요 수출품인 금·원유·코코아 등 원자재 수출 가격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을 선언한 상태다. 잠비아 역시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구리 가격 급락으로 재정적자 급증, 화폐가치 폭락에 직면하자 6월부터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갔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9월쯤 출구전략 시간표를 내놓을 경우 해외자금 이탈로 아프리카 프런티어 시장이 도미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 들어 프런티어마켓에 유입된 자금은 22억달러에 이른다. MSCI프런티어마켓지수에 포함된 모든 국가의 증시 규모가 1,090억달러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규모다. 유동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의 자금만 유출돼도 이 지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뉴질랜드 등 일부 선진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최대 수출품인 분유 가격은 중국 수입감소 등의 여파로 1월 이후 46%나 급락하며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ASB은행의 닉 터플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농가 수입이 줄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뉴질랜드 성장률이 올해 3.7%에서 내년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제품이 뉴질랜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호주 역시 철광석·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7월 실업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의존형 경제인 일부 신흥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 2·4분기 성장률이 5.12%를 기록하면서 5분기 연속 6%를 밑돌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역시 원자재 가격 하락의 후폭풍으로 저성장·고물가 국면이 지속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