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상황이 3~5년 계속되더라도 견딜 수 있다며 산유량 감축을 통한 가격조정에 나설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브라힘 알아사프 사우디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알아라비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3~5년간 저유가 상황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도 22일 현지 언론인 '미들이스트이코노믹서베이'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OPEC 회원국들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유가가 20달러든 40·50·60달러든 상관없다"고 전했다.
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산유량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를 통제하던 사우디의 전략이 시장점유율 방어 쪽으로 수정됐음을 시사한다.
사우디 재무부는 이와 함께 재정지출(8,600억리얄·약 259조5,566억원)이 지난해보다 0.6% 늘어난 2015년도 예산안을 이날 공개했다. 재정수입 규모는 저유가의 여파로 전년보다 31.6% 줄어든 7,150억리얄(약 210조원)로 잡았지만 지출 규모는 역대 최대로 편성한 것이다. 사우디의 과감한 적자재정 편성은 지난 4년간 이어진 고유가를 바탕으로 충분한 현금을 쌓아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중앙은행의 재정유보금은 10월 기준 9,050억리얄로 2015년 수준의 재정적자를 6년간 감당할 수 있다.
사우디 재무부 경제보좌관을 지낸 존 스파키아나키스 박사는 로이터통신에 "사우디는 새해 예산안으로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경제를 떠받칠 재정적인 능력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