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전지검 제3형사부의 이주영(35ㆍ사시42회) 검사는 지난 4월 홀로 4남매를 키우다 경제난 때문에 자식을 유기한 혐의로 잡혀온 유모(25ㆍ여)씨 사건을 맡게 됐다. ‘참 비정한 어머니도 다 있다’는 생각으로 조사하던 그는 유씨의 사연을 듣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유씨는 1998년 한 남자와 동거를 시작해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낳았다. 그런데 2006년 동거남이 도망을 갔고, 유씨는 홀로 충남의 한 농장에서 일하며 아이 넷을 홀로 키우는 처지가 됐다. 그마저도 유씨는 작년 말 농장에서 해고되면서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는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씨는 허기로 울 힘조차 없는 자식들을 보면서 어딘가에 버리면 밥이라도 얻어먹겠지 하는 생각에 자식들을 인근 경찰서 지구대 앞에 놓고는 도망을 갔다. 이 검사는 유씨의 이런 딱한 사연을 전해 듣고 고심 끝에 결국 유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소속 부서직원들도 유씨 가족 돕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이 검사와 제3형사부 직원들은 돈을 모아 유씨 가족에게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방을 직접 구해줬고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까지 마련해 줬다. 이 검사는 “유씨가 자식을 굶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었다”며 “법으로 처벌하는 것보다 조금만 도와주면 가정이 해체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검사는 범죄예방위원대전지역협의회가 적극 동참해 줘서 한 가정에 행복을 줄 수 있었다며 공을 주위로 돌리는 겸손함도 보였다.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어” 검사가 됐다는 그에게 유씨 사건은 오랫동안 기억되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버팀목으로 남게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