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LG화학, '질풍경초' 정신으로 글로벌 화학 1위 굳히기

LG화학 직원들이 충북 청원군 오창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이 기술연구소에서 고흡습성 수지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질풍경초(疾風勁草)'. '모진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굳센 풀'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뜻을 꺾거나 굽히지 않는 절개있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즐겨 인용되지만 모진 바람이 불면 강한 풀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역경을 겪어야 비로소 그 사람의 굳은 절개나 진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지난 1월 전남 나주·여수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질풍경초를 올해 경영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은 위기 그 자체이며 장기화·상시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임직원 모두가 질풍경초의 자세로 한마음이 되어 위기를 돌파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질풍경초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진정한 1등은 어려울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라며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남다른 고객가치를 실현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진정한 1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선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올해 석유화학·정보전자소재·전지 등 핵심 사업영역에서 1등을 유지하는 한편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시설투자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1.3%나 증가한 1조9,5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투자는 기반 시설 확충과 시장 확대 대비 등 철저하게 미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석유화학부문은 카자흐스탄 프로젝트과 고흡수성 수지(SAP)·아크릴산(AA) 생산 시설 투자를 늘리고, 정보전자소재부문은 LCD유리기판·편광판·산화인듐주석 필름 등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지부문은 폴리머전지 증설 등에 투자가 집중될 전망이다.

석유화학부문은 △고흡수성 수지 합성고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확보 및 납사분해공장(NCC) 원가경쟁력 강화 △카자흐스탄 폴리에틸렌 공장 건설 등 기술기반 사업을 확대하고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남 여수공장에 증설한 고흡수성 수지와 아크릴산 등 아크릴레이트계 제품 생산설비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공시를 통해 내년까지 여수공장에 총 3,200억원을 투자해 아크릴산 16만톤과 고흡수성 수지 8만톤을 증산할 수 있는 설비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총 51만톤의 아크릴산과 36만톤의 고흡수성 수지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고흡수성 수지는 최대 1,000배 무게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로, 기저귀·여성위생용품 등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전세계 위생용품의 안정적인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연 5% 이상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고흡수성 수지의 주원료로 쓰이는 아크릴산은 아크릴섬유·도료·점착제·접착제·코팅제 등 3,000여종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핵심원료다. 세계시장 규모가 2012년 기준 약 440만톤에서 2017년에는 590만톤으로 연평균 약 6%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는 원료이기도 하다.

정보전자소재부문은 △중국 편광판 생산라인 증설 △OLED 발광물질·조명 및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개발 강화 △LCD 유리기판 및 산화인듐주석(ITO) 필름과 같은 터치 소재 생산안정화 통한 사업 확대 등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편광판 사업의 경우 이번 중국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세계 1위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TFT-LCD용 편광판은 정밀 코팅·점착 등 필름가공기술과 광학설계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소재로, 두께가 머리카락 2~3개 굵기밖에 안 되는 0.3mm의 초박막 필름 안에 여러 장의 기능성 필름이 쌓여있는 초정밀 제품이다.

LG화학은 지난 2008년 4·4분기 편광판 시장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의 니토덴코를 제친 이래 지금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R&D 투자 늘려 국내 특허출원 3위







LG화학은 세계 화학소재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R&D)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10년 1,500여 명이던 LG화학의 R&D 인력은 올해 2,900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나고 연간 R&D 투자액도 같은 기간 2,400억원에서 5,9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4,500억원에 비해서도 3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LG화학이 국내외에서 3,289건의 특허를 출원한 것은 이 같은 공격적인 R&D 투자의 결과다. 소재기업으로는 연간 특허 출원 3,000건이 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매년 10% 이상 특허 출원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술 경쟁이 치열한 전자·정보통신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특허 출원 수준으로 화학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LG화학은 특허청에서 발표한 2011년 '국제 특허 출원에 관한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한 출원 건수 순위에서도 LG전자와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특허평가기관인 '페이턴트 보드(The Patent Board)'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발표한 미국 내 특허경쟁력 기업 순위에서 화학분야 7위를 달성했다. 지난 2007년에는 순위가 75위에 불과했지만 불과 6년 만에 7위로 수직상승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특허 출원의 원천은 다름아닌 꾸준한 R&D 인력 고용과 투자비 증액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화학이 소재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R&D"라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 같은 투자 확대를 통해 지난해 23조원이던 매출을 오는 2017년까지 3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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