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구직자들 "올 겨울 너무 춥네요"

대기업 채용 늘었지만 취업 성공률 절반 그쳐
겨울 공채도 노려볼만


"답답하고 불안하네요. 올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집니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들의 공채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취업에 고배를 마신 젊은 구직자들의 한숨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들의 올 하반기 채용규모는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지만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8월 및 올 2월 대학 졸업자 수는 53만9,996명. 이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절반가량인 26만7,003명(55%)에 그쳤다. 두명 중 한명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구직난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으로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김모(26)씨는 올 하반기 여러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잇달아 떨어지면서 의기소침해 있다. 그는 "일단 취업이라도 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이제는 기업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막상 중소기업에 합격해도 가야 할지 고민이 될 것 같아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업할 때 졸업예정자가 유리하다는 주변의 말에 졸업을 미루고 한 학기 더 다니면서 상반기 취업을 노려볼 생각이다. 호텔 카지노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이모(27)씨도 관련 기업에 꾸준히 원서를 내보았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시험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이씨는 "일단 직장을 얻고 보자는 생각 대신 내가 원하는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 관련 기업에 계속 지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취업시장에서 계속 물(?)을 먹다 보니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취업 카페에도 하반기 채용 기업들의 합격자 발표가 속속 이어지면서 취업에 실패한 구직자들의 넋두리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상당수는 '취업 여부를 묻는 주위 친구들 전화에 스트레스를 받아 휴대폰을 꺼놓았다'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데 이유 좀 알려달라' '내년 상반기 공채 시즌까지 기다릴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등 취업 실패에 따른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글들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구직자들이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상당수 기업들의 공채가 가을에 몰려 있지만 수시 채용이 늘어나면서 겨울에도 인재를 뽑는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임민욱 홍보팀장은 "최근 기업들의 채용 형태를 보면 특정 시기에 대규모 인원을 선발하는 공채 시즌이 무너지는 추세"라면서 "겨울에도 채용이 분산돼 있는 만큼 불합격됐다고 낙담하지 말고 본인의 컨디션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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