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과 횡령 등 혐의로 추적해온 유병언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지 40일 만에 본인으로 확인됐다. 변사체에 대한 검경의 초동수사와 정보공유가 얼마나 부실한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유씨 은신처에서 2.5㎞밖에 안 되고 그의 것으로 의심할 만한 유류품들도 옆에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 변사자로 판단했고 시신수습 과정에서 머리카락·뼈 등 증거물을 온전히 수거하지 않은 채 현장에 방치했다. 변사사건을 지휘한 검사도 경찰이 보고한 증거물 목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초동수사의 ABC는 무시됐고 검경은 이미 숨진 유씨를 잡겠다며 6주 가까이 헛물을 켰다. 검경의 무능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 참사 책임의 정점에 있던 유씨에게 민형사 책임을 물릴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6,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보상금과 사고수습 비용 환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등을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유씨 일가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 규모는 2,400억원에 이른다. 이런 판에 그의 사망으로 재산의 소유관계 등을 입증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의 자녀와 구속된 임직원들도 유씨에게 책임을 미루려 할 게 뻔하다.
유씨 사망은 세월호 관련 수사와 재판에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것이다. 그럴수록 검경은 수사를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 도피 중인 유씨 자녀의 신병을 하루빨리 확보하고 금융·세무당국과 긴밀히 공조해 유씨 일가가 국내외로 빼돌린 재산을 찾아내 환수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악덕기업주 일가가 사고를 치고 정부와 국민이 혈세로 뒷감당하는 불행이 재발돼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의혹과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검경은 수사 결과로 존재이유를 증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