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흑의 희망사항

제5보(57∼71)



백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곳이 좌변이다. 좌변의 흑이 아직 덜 살아있는 것이다. 흑59는 백의 허점을 추궁하여 좌변의 흑을 얼른 살아 버리겠다는 작전이다.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받으면 자연스럽게 흑2,4로 연결할 작정이다. 실전보의 백60으로 물러선 것은 연결을 허용치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지만 나중에 흑63에서 71로 우악스럽게 덮치는 수단이 남고 말았다. 흑61은 표독한 수순. 그냥 63의 자리에 두는 것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백7로 지키는 여유를 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 코스 역시 흑이 편한 흐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세돌은 지금 어떤 식으로든 사냥을 꼭 성공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흑71이 놓인 시점에서는 그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봐야겠지?"(필자) "무슨 작전 말이지요?"(윤현석) "흑의 사냥 작전."(필자) "아직은 몰라요. 백이 돌 몇 개를 잡히긴 하겠지만 그것을 흑의 작전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윤현석)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인걸. 좀 쉽게 설명해 주어."(필자) 윤현석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지금 형세는 흑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흑은 부드러운 방식으로 판을 운영해야 한다. 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좌변의 흑이다. 하변에서 소규모의 전투가 벌어져 백돌 몇 개가 전사하는 것은 대국적인 견지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백은 돌 몇 개를 희생하여 외세를 더 쌓고 그 외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좌변의 흑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흑은 그것을 경계하지 않다가는 큰코를 다칠 수도 있다. 이것이 윤현석의 설명이었다. 과연 윤현석9단의 예측은 적중할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