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 시내의 한 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숨진 고(故) 황정일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의 사망원인이 담당의사의 약물투입 실수에 의한 의료사고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중국 병원 측은 동시 처방이 금지된 항생제와 칼슘 함유 링거를 함께 투약한 것으로 나타나 중국 의료당국의 약품 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6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베이징의 모 병원에서 링거치료를 받고 숨진 황 공사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항생물질 투여에 의한 것이었다고 베이징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항생물질은 스위스 로슈사가 만든 ‘로세핀’으로 약의 효능이 강력해 특별한 처방이 요구되는 일부 질환에만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신생아에 대한 투여가 금지된 약품이다.
특히 이 항생제는 제조사인 로슈에서 “칼슘 또는 칼슘이 포함된 화합물 용액과 혼합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투약후 48시간 이전에는 칼슘 투여를 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으나, 해당 중국 의사는 이를 무시하고 황 공사에게 칼슘이 포함된 링거와 로세핀을 동시에 투약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황 공사가 치료중 사망한 ‘비스타 클리닉’의 병원측 기록을 입수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황 공사를 진료한 40대 중반의 우(吳) 모 의사는 29일 오전 9시부터 문진과 신체검사, 혈압검사,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등을 거쳐 ‘정상’이라는 의사소견을 내린 뒤 정맥주사를 통해 ‘박스터(Baxter)’ 링겔과 로세핀 항생제를 함께 처방했다.
황 공사는 이에 앞서 28일 오후 대사관 집무실에서 참치샌드위치를 먹고, 밤새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하다가 이튿날 비스타 클리닉을 찾아 치료를 받던 중 이 같은 변을 당했다.
한편 주중한국대사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의 비협조로 진료기록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황 공사의 시신은 사망 뒤 한 주가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중국병원에 안치돼 있는 상황이다.
주중한국대사관은 “모든 과정을 포함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중국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일체 없이 “(황 공사 사망원인 규명이) 길게 보면 한 달 걸릴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