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B2B시장 돌파구 '녹스'가 연다

출시 1년 만에 사용자 300만 육박
보안 플랫폼 강자 블랙베리 추월
독일·호주·핀란드 등서 성능 인증


스마트폰 시장 포화 장벽에 부딪힌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B2B 시장 공략의 핵심인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KNOX)'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면서 기존 강자인 블랙베리를 추월했다. 이 같은 녹스의 성장은 기업과 공공기관 등 글로벌 B2B 시장을 석권하려는 삼성전자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관공서 등에서 녹스가 탑재된 스마트기기 중 실제로 녹스가 쓰이는 기기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300만대에 육박했다. 지난해 2월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에서 첫 선을 보인 지 1년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올린 성과다. 그간 모바일 보안 플랫폼 시장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블랙베리의 '밸런스'가 사용 기기 수 100만대를 달성하는 데 5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 평균 20만명 이상의 신규 사용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단말기 경쟁력에서 삼성이 블랙베리를 크게 앞선 것도 주효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뉴질랜드 이동통신사인 '텔레콤 뉴질랜드'와 캐나다 이통사 '벨' 등과 잇따라 녹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2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엑센츄어와 손잡고 녹스를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특히 해외 각국의 공공기관들이 녹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과 내무부가 녹스가 탑재된 단말기를 공급받았고 미 연방수사국(FBI)과 해군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7월 여신금융협회가 녹스가 탑재된 삼성 단말기 3,000대를 공급받았고 정부도 공무원용 모바일 솔루션으로 녹스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삼성은 녹스의 기업용 버전을 무료인 '녹스익스프레스'와 유료인 '녹스프리미엄'으로 이원화해 각각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공급, 기업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녹스가 거래처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데는 전세계적으로 폭넓게 보안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호주 정보기관인 오스트레일리아신호국(ASD)은 최근 녹스를 탑재한 삼성 갤럭시 모바일 기기에 대해 보안성능을 인증했다. 핀란드 통신규제당국도 얼마 전 녹스가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레벨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6월 녹스를 탑재한 갤럭시 단말기 5종이 미 국방부의 국방정보체계국(DISA) 보안승인을 받은 제품에 포함돼 화제가 됐다. 미국 DISA 승인 제품 목록은 미국 정부 기관들의 안전한 공무 수행을 지원할 목적으로 미 국방부가 공식 승인한 것으로 우수한 품질과 다양한 기능의 휴대용 단말 목록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녹스는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B2B 사업에서 돌파구를 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뛰어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삼성 단말기를 판매하는 데도 탄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녹스가 보안에 취약한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단점을 극복해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기업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 진영의 영토를 넓혀가자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연구진이 녹스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비판했다가 삼성전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뒤 주장을 철회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포브스 등 미국 언론들이 녹스의 성능을 깎아내리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 초기에 제기된 많은 문제들은 대부분 개선이 완료됐거나 잘못된 지적임이 드러났다"며 "최근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 시장 공략을 위해 손잡은 애플·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맞서 경쟁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