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EU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가 EU 측이 제시한 상품 양허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ㆍEU FTA 협상의 상품 분야 중 95% 정도를 관할하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EU의 양허안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데 비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 산자부는 EU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두드려보고 조심스럽게 가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외교통상교섭본부는 “높은 수준의 FTA 달성을 위해 EU 측 양허 수준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우리 측이 제시한 양허안을 놓고서도 외교부는 “보수적이다”는 평가를 내놓지만 산자부는 “EU와 비교할 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EU 측의 상품 양허안에는 이미 무관세로 교역되고 있는 품목까지 포함돼 있고 관세가 있는 품목 가운데 3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자고 제의한 품목을 우리 측과 비교하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산품 기준으로 양측의 상품 양허안을 수치만으로 볼 때 3년 이내에 관세를 조기 철폐하는 비율이 EU가 80% 정도, 우리 측이 68% 정도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EU의 80% 중 50%는 이미 무관세로 돼 있고 우리 측은 68% 중 26%만이 무관세이어서 EU 측이 30% 정도를 갖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세가 있는 품목 중에서 양측이 양허안을 통해 3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자고 제안한 비율을 보면 우리 측이 57.1%, EU 측이 56.1%로 우리 측이 높다고 산자부는 분석했다.
관세철폐를 비관세장벽과 연계시키는 것도 “교묘한 전술”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인 자동차만을 놓고 볼 때 EU 측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의 120개 기준 중 자신들이 제시한 102개를 이행할 경우에만 협정 발효 이후 7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의 평가는 산자부와 다르다. 김한수 한ㆍEU 수석대표는 브리핑에서 “공산품으로 한정해서 봐서는 안되고 공산품과 농수산물 등 전체 품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체 품목의 경우 EU 측의 3년 이내 철폐 비율이 우리보다 5%포인트 정도 많아 EU 측의 양허안이 우리 측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품목을 모두 고려해야 균형 잡힌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관세 철폐 기간으로 볼 때 우리 측의 10년 비중이 EU 측의 7년 비중보다 높아 우리 측의 양허안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