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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신상털기'식 인사검증을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계기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당에서는 자질검증을 넘어 '인격모독'으로 변질된 현행 청문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야당은 "최소한의 검증절차마저 무시한 박 당선인이 제도를 탓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비판했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문회는 직무수행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보는 능력검증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예컨대 청문회가 이틀에 걸쳐 열린다고 하면 첫째 날은 도덕성 검증, 둘째 날은 능력 검증을 하는 식으로 나누거나 도덕성 부분을 서류검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최고위원은 또 "검증이 너무 신상털기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선뜻 청문회에 나서려는 인재가 없다고 한다"며 "당에서도 청문회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을 준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요즘 가정을 중시하는 유능한 공직 후보자들이 주요 직책을 제의 받고도 거부한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며 "청문회제도를 손질해 사전검증에서는 도덕성과 살아온 행적을 들여다보고 청문회에서는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이계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선수가 룰을 바꿀 수 없다'는 박 당선인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감안하면 현행 청문회제도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며 "공직 후보자들은 도덕성 검증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인사청문회 도입을 주장해 관철하고 수많은 후보자를 낙마시킨 당이 어떤 당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행 청문회제도는 지난 2000년 당시 거대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요구로 도입됐다.
민주통합당 측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박 당선인의 밀실인사가 원인"이라고 일축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직 후보자를 올바른 시스템에 의해 정확하게 추천하지 않고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인사 추천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부실인사 검증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표명도 없이 남탓만 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