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덮은 박근혜 한 마디에 정해진 '물갈이룰'

16일 비대위에선 무슨 일이…
3시간여 '천막정신' 강조
일부 반발에도 정면돌파

"천막당사 해보니 지지율을 올리는 것은 개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당 간판 내린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나라당 현역 지역구 의원 25% 물갈이 원칙을 결정한 지난 16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3시간여 동안 강조한 것은 '천막정신'이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정치쇄신분과에서 마련한 현역의원 평가 기준 다섯 가지, ▦당 회의 참석 ▦법안 제출 수 ▦교체지수 ▦경쟁력(지지도) ▦공약이행 정도 중 교체지수와 경쟁력만 남길 것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정치쇄신분가가 제안한 기준 가운데 의원총회 등 당 회의 참석 횟수에 대해 "의총에 못 나오는 것은 (지역구 방문 등) 이유가 있는데 참석 횟수를 계량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다른 기준이던 법안 제출 숫자에 관해서는 "법안 제출 수만으로 평가하니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남발한다. 어떤 법안을 내놓아 본회의에 통과했는지, 국민에게 편안하게 전달됐는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공약이행 기준에 대해서는 "교체지수나 경쟁력 평가에 다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결국 공천은 주민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데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법안 통과나 공약 이행은 뽑아줄 주민이 평가하는 것이지 당에서 하는 것이 의미 있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비대위원은 "수첩을 보지 않고 현실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니 11명의 비대위원이 전부 공감했다"고 전했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김세연 비대위원은 쇄신파 입장을 담아 원내정당화를 위한 중앙당 폐지를 주장했으나 박 위원장은 "(총선을 앞둔) 지금은 이르다. 2004년 천막당사로 갔을 때 내가 내세운 것이 원내 정당, 정책 정당, 디지털 정당이었다. 당 쇄신은 내용이 변해야지 뭘 없애자는 것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권영세 사무총장이 "의정활동을 10%라도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지만 박 위원장은 "의정활동 평가는 교체지수와 경쟁력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고 나머지 비대위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논란이 된 지역구 하위 25% 교체에 대해 이날 비대위에서는 20%와 30%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고 박 위원장이 한 사람씩 의견을 물어 25%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대위의 25% 룰에 대해 당내 우려는 여전하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교체지수를 결정하는 여론조사 문항을 보면 대부분 교체가 높게 나올 것"이라면서 "시스템 공천이 아니라 살생부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