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종합시험선로 구축, 철도안전 지름길


지난 여름 스페인에서 고속철도가 탈선해 8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도 대구역에서 무궁화호가 고속철도(KTX)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의 주행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열차 운행 시간은 점점 조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매년 크고 작은 열차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통계상 열차 사고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매년 발표되는 코레일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 사고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3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철도 안전에 대한 신뢰도는 통계 지표만큼은 아닌 듯하다.

각종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는 현대 철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고속화되고 고밀도로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각 시스템 간의 더욱 정밀한 연계와 융합이 요구된다. 기존에는 개별적인 구성품들이 각각의 안전율로 설계되고 그 구성품에 해당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성능을 인증받았고 영업시작 전 종합시험운행규정에 따른 절차를 통과하면 해당 노선에서 영업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단계를 벗어나 시설 및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실제 운행과 동일한 조건에서 보다 정밀하고 실질적인 성능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제품개발단계에서 실제 운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 노선은 필수적이다.

얼마 전 턴키 실시설계 낙찰자가 선정되면서 철도종합시험선로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사업은 향후 고성능 철도차량뿐 아니라 각종 용품개발 등 철도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처음이다 보니 1990년대 초 경부고속철도 도입 때처럼 지나친 관심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의 철도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철도가 추구해야 될 절대 안전 확보를 위해 관심을 갖되 보다 나은 방향으로 철도종합시험선로가 구축되고 운영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