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비자금 조성·사용 진심으로 사죄"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 '회한의 반성문' 법원에 제출
"모든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
직원 피땀으로 일군 월드컵후원 기쁨 함께 누릴수 없어 한스럽다"


“다 저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횡령ㆍ배임 등의 혐으로 구속 수감중인 정몽구(사진)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14일 옥중에서 뼈를 깎는 아픔을 담은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했다. 정 회장은 이 날 오후 늦게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용한 점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과거 회사의 부외자금이 조성ㆍ사용된 사실에 대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법적인 책임과 함께 남은 여생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탄원서 형식을 띤 반성문에는 월드컵 공식후원업체로 선정되고도 기쁨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정 회장의 안타까운 심경이 가득했다. 정 회장은 “현대ㆍ기아차 가족의 피땀으로 일군 월드컵 후원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다”며 “회한과 반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월드컵 공식후원업체 대표로 월드컵 기간동안 독일에 머물며 세계 각국의 대표들과 글로벌 제휴 파트너를 만날 계획을 갖고 있던 정 회장이 토고전 승리로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를 함께 하지 못하자 착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최근 2차 공판에서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괄한 것처럼 비쳐진 것에 대해 “본 뜻과 다르게 표현됐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은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법정에 서려다 보니 본 뜻과는 달리 잘못 표출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이 다르게 표현되었다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현대기아 가족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에 심려를 끼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비자금 조성에 대해 “자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받을 때는 담당 임직원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최고경영자인 본인이 책임져야 할 부문”이라며 “특히 돈(비자금) 중 일부가 본의 아니게 개인적으로 사용된 부분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욱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반성문 제출 동기에 대해 “정 회장이 지난 공판 때 비자금 조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는 취지로 전달된 듯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본인의 진의와 달리 국민들에게 인식될 우려가 있어 재판부에 이런 사정을 알리고 반성과 사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지시와 사용 여부를 묻는 검찰측 심문에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일관되게 부인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건강과 경영상의 이유로 지난달 26일 보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에서는 보석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 않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