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본드 발행 '찬바람' 분다

리먼등 외국계 금융사 발행채권 부도 따라 투자심리 위축·금리도 높아 시장 진입 발목
산업·국민·신한銀등은 하반기 이후로 늦춰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채권) 발행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리먼브러더스 등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발행한 채권이 잇따라 부도처리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발행금리도 높아 시장진입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준비하던 산업·국민·우리·신한은행 등은 하반기 이후로 채권발행을 늦췄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중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실제 발행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일본 재무성에 2,000억엔(약 21억달러)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한도 등록신청서를 제출했던 국민은행도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자 산업은행이 발행한 후로 미루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3·4분기까지 지켜본 후 시장 진출을 노크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 은행들의 1·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부실처리 문제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잇단 외국계 금융사들의 부도로 시장 자체가 죽었다"며 "3·4분기 이후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태핑(시장수요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무라이본드 시장은 정부의 보증채와 우량등급 채권 외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리먼브러더스의 1,950억엔과 아이슬란드 카우프싱은행 500억엔 등 2건의 사무라이본드가 부도 처리되면서 시장 자체가 마비상태가 됐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우량채인 한국물은 투자자들이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채권 시장이 상대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사무라이본드 시장의 희소성이 감소한 것도 본드 발행을 미루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위험가중치가 없는 정부보증채 투자에만 관심이 있다" "한국물에 대한 관심은 이르면 하반기 이후에나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계 발행회사들 역시 당분간 달러화 채권 발행을 선호할 것"이라며 "불리한 가격으로 무리하게 사무라이 시장에 진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