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독일 정보기관 직원이 미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제공한 ‘이중첩자’ 혐의로 독일 검찰에 체포됐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화를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껄끄러운 양국 관계의 긴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검찰은 4일 성명을 내 미국 정보기관에 국가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올해 31세인 독일 연방정보국(BND) 남자 직원 한 명을 지난 2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검찰은 범인의 자세한 신원과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이 남성이 BND의 비밀문서에 접근해 해외 활동 관련 정보를 빼낸 후 미 정보기관원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독일 의회의 NSA의 도청 관련 위원회 활동사항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검찰은 애초 이 용의자가 러시아 정부와 내통해 왔다고 의심했으나 최근 미국 정보기관과 연결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NSA가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도청한 사실 때문에 껄끄러운 미국과 독일 간 관계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체포 사실을 보고 받은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했다고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이 전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스파이 문제는 우리가 가볍게 다룰 수 없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BND 측은 NSA 관련 의회 활동을 미 정보기관이 감시했을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해온 사실이 드러난 이후 미국 정보기관의 자국 내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