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1월 28일] 사라진 '두바이' 신기루

"한국이 두바이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지난해 초 알 사이비니 두바이 투자공사 사장이 방한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많은 정치인이 두바이를 우리나라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떠벌렸다. 그러면서 '한국의 두바이, 인천송도' '한국의 두바이, 고양' 등 개발사업 지역마다 '두바이'를 외쳤다. 두바이는 원래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다. 두바이는 지난 1960년 두바이 공항과 1972년 라시드항을 개항하면서 일찌감치 중동의 물류 허브 지위를 선점했다.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두바이는 2000년대 들어 고유가 호황으로 투자처를 찾던 중동 오일머니를 자연스럽게 빨아들였다. 특히 두바이는 자원이 부족한 약점을 투자 개방과 리더십으로 극복했다. 두바이는 '선 투자유치-건설경기 조성-경제성장의 순환' 등 차입자본을 바탕으로 야자수 모양의 세계 최대 인공섬과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7성급 호텔 등 '사막의 기적'이라 불리는 거대 역사를 일궈냈다. 두바이에 외국 투자자본이 밀려들면서 두바이 부동산 가격은 2005년 이후 분기당 20∼30%씩 폭등하는 활황세를 맞았다. 또한 두바이 도로교통공사는 전철역 10개의 이름 사용권을 기업에 팔아 한화로 6,5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으로서는 부러움의 대상국일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언뜻 보아 화려한 것 같았던 두바이의 성장은 실상 오일달러와 거품금융이 만들어낸 이벤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금융권에서 중도금을 더 이상 대출할 수 없게 되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급매물로 내놓게 됐고 이는 1년 만에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급기야는 두바이 정부가 26일 전격적으로 모라토리움(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이번 선언으로 두바이는 '오아시스가 아닌 신기루' 였던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앞으로 두바이 경제가 다시 일어선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 받았던 두바이가 투자자들에게 과거처럼 쉽게 투자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화려했던 두바이의 파티는 끝났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도 거품금융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인지하고 그러한 투자가 없는지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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