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가정보기관 의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내 비주류인 비박근혜(비박)계를 중심으로 남 원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6·4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하면 주류 친박계 인사들로 구성된 당 지도부도 이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건은 남 원장이 대충 '송구하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국정원장 스스로 거취를 잘 판단해 대통령께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 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앞서 5선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 원장은 그동안 댓글 문제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며 "증거 위조 논란과 관련해서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6·4 지방선거를 80여일 정도 남겨놓고 발생한 악재라는 점에서 남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증거 조작 사건 때문에)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며 "잘못 하면 이거 한 방으로 '훅 가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번 사건은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 주류 인사로 구성된 당 지도부는 침묵을 지키면서도 이번 사건이 6·4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칠레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파견된 가운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국정원 증거 조작 사건 문제가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그동안 새누리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당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남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공식적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