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뱅크 우리가 해낸다"

4대 시중銀 이끄는 '40대 핵심 브레인'
●이동철 국민銀 전략기획부장- 美서 변호사 활동 '리딩전략 책임자'
●우영웅 신한지주 부장- 日 MBA 경력… 조흥銀과 합병 주도
●황인준 우리지주 재무기획팀장- LG증권 인수 성공시킨 '금융 전문가'

이동철 국민은행 부장

김병호 하나지주 상무

우영웅 신한지주 부장

황인준 우리지주 팀장

“IMF 외환위기는 한국 금융기관에는 기회가 됐습니다. 빅뱅 과정에서 은행들이 대형 인수합병(M&A)과 뉴욕증시 상장 작업을 경험한 것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뱅크’ 비전을 펼치며 국민은행의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이동철(45) 전략기획부장에게는 일감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그는 은행 일을 하면서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딴 법률 전문가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의 전략기획팀을 이끌고 있는 우영웅(46) 부장은 일을 딱 부러지게 해 부행장들이 수하에 두고 싶어하는 일꾼이다. 세계적인 M&A 전문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우리금융지주의 전략기획팀장인 황인준(41) 부장은 “우리은행의 시스템을 선진화시켜 금융그룹으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뱅크를 지향하는 시중은행들에 40대의 준비된 ‘브레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과거에는 50대의 부행장들이 핵심부서에서 일하며 은행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행원으로 출발해 비전을 갖고 있는 준비된 인재들이 은행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두뇌집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당장 은행에서 나가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ㆍ법률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은행의 성장과 함께하고 비전을 창출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그 누구보다 충성심도 뛰어난 인재들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김기홍 수석부행장이 언론의 조명을 받을 때 묵묵히 뒤편에서 ‘외환은행 인수 태스크포스팀’을 이끈 이동철 부장은 뉴욕지점장 출신으로 ‘얼굴 없는 사람’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준비된 인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90년 사법고시 준비로 뒤늦게 국민은행에 입행한 그는 IMF 위기를 M&A 법률 전문가로 변신하는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 2000년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에 이어 2003년에는 국민카드 합병 작업의 실무를 맡았고, 그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BII은행 인수작업을 통해 ‘글로벌 뱅킹’ 시스템에 한발 더 다가서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은행의 지원을 받아 99년에는 미국 튜레인대에서 국제법률학 석사를 마치고 뉴욕 법률법인 심슨대처&바틀릿에서 1년간의 변호사 수업을 거쳐 뉴욕주에서 변호사 활동을 했다. 그후 그는 보금자리인 국민은행으로 돌아왔다. 우영웅 신한은행 부장은 88년 신한은행에 입행, 신한은행의 모태인 일본 오사카고갱신협에서 1년간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그는 사원 시절 인사와 기획업무를 배웠다. 94년 우 부장에게는 국제적인 감각을 확보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 생겼다. 신한은행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게 된 것. 외환위기 와중에 그는 경영수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외환위기를 맞아 신한은행 구조조정 작업에도 깊숙이 뛰어들었다. 그는 신한지주 출범 작업에서 기획력을 인정받은 후 2000년 국내에서는 드물게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현업으로 돌아온 그는 신한ㆍ조흥은행 합병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금은 신한지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LG카드 인수전에 매달리고 있다. 우 부장은 “신한은행의 장점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기업문화에 있다”며 “앞으로 금융서비스 산업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비전을 밝혔다. 황인준 우리금융지주 재무기획팀장은 황영기 행장과 15년 인연을 이어온 M&A 전문가. 뉴욕대에서 MBA를 받은 후 삼성전자에서 황 행장을 처음 만난 그는 삼성전자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 국제금융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려 금융전문가로 전업한 케이스. 미국 M&A 전문기관 DLJ에서 KTF 외자유치 등을 성사시킨 그는 CSFB에서 M&A전문가로 활약하다 삼성증권을 거쳐 우리금융지주에 합류, LG증권 인수작업 등을 성사시켰다. 황 행장이 우리금융을 맡으면서 2명의 전문가를 영입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황 부장이다. 외국계에 있으면 수십억원을 벌 수 있을 텐데 우리금융에서 적은 연봉(?)으로 손해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국내 대형은행을 주무르는 이들 40대 브레인들은 향후 금융산업의 전면에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례는 하나금융지주의 김병호(45) 상무. 버클리대에서 MBA를 받고 하나은행에 합류한 김 상무는 대한투자증권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하나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이끌어낸 핵심 브레인이다. 지난해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은행권에서는 드물게 44살의 나이에 상무로 진급했다. 이동철 국민은행 부장은 “기회가 온 다음에 준비하면 이미 때가 늦고 미리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며 후배 은행원에게 비전을 갖고 준비할 것을 권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