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6월 16일] 나로호 발사 실패는 한·러 합작품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둘러싸고 한국ㆍ러시아 간 공방이 뜨겁다. 하지만 이번 나로호 2차 발사 실패는 일방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양국의 합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우선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제공한 나로호 1단 로켓엔진은 이미 개발이 끝나 상용화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차세대 발사체인 '앙가라'호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엔진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나로호를 자국의 로켓 기술을 테스트하는 시험대로 활용하는 등 철저히 자국 이익에만 충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도 러시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도록 계약을 맺은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독자 발사체 기술도 없이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의욕만 앞선 나머지 불평등한 계약 조건을 감내한 결과로 인한 피해가 자못 심대하다. 이번 2차 발사 과정에서도 위기의 징후가 여러 차례 감지됐지만 양국은 약속이나 한 듯 이를 가볍게 여기고 발사를 강행했다. 지난 7일 발사대 이송 후 점검과정에서, 9일 발사 운영과정에서 중대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한ㆍ러 양국은 문제가 된 부품을 모두 교체한 뒤 발사를 진행했다. 당시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서는 예정된 기일 내 발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러시아 관계자들의 협박성(?) 멘트가 흘러나왔고 우리 측 인사로 구성된 나로호 관리위원회가 기술적 문제 외에 정치적 고려에 따라 발사를 강행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이번 2차 발사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기술적 문제 때문이겠지만 한ㆍ러 양측의 '조급증'도 한몫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8월 첫 발사에 실패했을 때는 '첫술에 배부르랴'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라며 애써 자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발사는 1차 발사 때보다 훨씬 처참한 실패로 끝난데다 3차 발사도 시기를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낭패감을 더한다. '우주개발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느냐다. 우주개발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총체적 재검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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