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과태료 20년만에 손질

위반 횟수·규모 따라 차등
꺾기영업 과태료 상향 추진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의 과태료 상향을 포함해 과태료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20년 넘도록 바뀌지 않고 위반 횟수와 정도에 상관없이 적용되면서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금융위 내부에서 과태료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은행ㆍ보험ㆍ카드ㆍ금융투자 등 전체 업권별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달까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3일 간부회의에서 "소비자 피해 규모에 부합하는 제재가 이뤄져야 하며 한 번 위반한 사례와 여러 번 위반한 사례를 동일하게 제재하지 않도록 위반 횟수와 규모에 따른 제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과태료는 최저 5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20년 넘게 같은 액수를 유지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카드 불법 모집의 경우 몇 장을 했든지 동일하게 500만원의 과태료를 매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불법 모집은 절차상 불완전 판매의 문제로 다른 업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데 카드가 다른 업권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과태료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체 과태료 체계는 동일하지만 은행업법ㆍ보험업법 등 각 업권별로 규정하는 법률은 서로 다른 과태료를 적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권만 다를 뿐 동일한 절차적 위반에도 서로 다른 과태료를 적용받고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요구에 추가 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일명 꺾기 영업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무는데 금융위가 이를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법 개정을 추진하거나 실행을 앞당기기 위해 법 개정 전이라도 행정처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여러 가지의 위반을 해도 한 번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는 관행과 기관 개인과 금융기관별로 과태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이의 제기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제재 시 객관적인 제3자의 검증을 거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신 위원장은 "금융시장 참여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처분ㆍ검사ㆍ조사에 대해 관련자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현재도 이의 제기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미흡한 점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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